"안전요원 한명도 없었다"…警, 이데일리·경기과기원 압색(상보)

머니투데이

성남(경기)=신현식 기자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소속 형사가 19일 오전 사고 당시 행사 주관사인 이데일리를 전격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시 중구 이데일리·이데일리TV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슺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당시 행사장에 안전요원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9일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 행사 주최·주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분당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사 결과 사고 당일 행사장에 배치된 관계자 38명 가운데 안전요원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날 현장에는 행사 관계자가 모두 38명이었다"라며 "과기원 소속 16명은 기업 홍보활동을, 플랜박스 관계자 11명은 무대주변 관리와 이벤트 행사 진행을, 이데일리 11명은 행사 진행 및 보조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행사 전 제출된 행사계획서 상에는 4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이는 서류상 기록에 불과했다. 이 서류에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과기원 직원 4명은 자신의 배치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행사 주최와 주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본부는 오전 11시부터 수사관 60여명을 투입해 서울 중구 회현동 이데일리·이데일리TV와 경기 수원 영통구 이의동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공공지원센터 내 경기과기원 지원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데일리TV 총괄본부장과 광고사업국장, 과기원 본부장과 행사 대행업체 플랜박스 임직원의 자택과 차량이 포함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확인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조사를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 자료는 임의제출 받았으나 일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자료를 신속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자 전원은 아직 참고인 신분으로 이 가운데 6명은 출국금지 조치됐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행사를 주최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행사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행사 주최자인 이데일리측은 당초 1000여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2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행사를 계획했으나 흥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 예산을 7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 이데일리측은 경찰 조사에서 "과기원에서 3000만원, 성남시에서 1000만원, 은행 2곳에서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지원 받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성남시 관계자는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 없었다고 부인해 경찰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공연장이 환풍구를 등지고 있던 최초 계획과 달리 환풍구를 마주보게 된 부분은 주최측인 이데일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공연 대행업체인 플랜박스 측은 무대가 환풍구를 등지도록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10월 초순에 이데일리측에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