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이젠 사양", 커튼월 저가수주 오명 벗나?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던 커튼월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저가 수주가 만연한 경쟁입찰 대신 특정 건설현장의 사업성 여부를 판단해 맞춤형으로 공략하는 '스펙인'(Spec-in) 영업으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국내 대형 창호업체들을 중심으로 커튼월 업체들이 스펙인 영업인력을 보강하고, 프로젝트성 현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반현장에 비해 보다 고효율 자재를 요구하는 스펙인 및 프로젝트 현장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이다.

이건창호의 커튼월이 시공된 한전 나주 신사옥/사진제공=이건창호

이건창호 (2,315원 ▲5 +0.22%)는 이같은 전략에 따라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 신사옥에 고성능 시스템창호와 커튼월을 시공했다. 시스템창호의 경우 창호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 기준 2등급(열관류율 1.4W/m2K 이상)을 크게 상회하는 고성능 제품으로, 한전 신사옥이 국내 친환경 인증 최우수 등급을 획득할 수 있게 한 1등 공신이 됐다.

이건창호 관계자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초고단열, 비정형 커튼월 시장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고단열 스틸 커튼월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자동화시스템 도입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하우시스 (40,100원 ▲1,200 +3.08%) 역시 초고층 건물 위주의 굵직한 커튼월 공사를 따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 금융허브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사옥(23층), LG유플러스 신사옥(21층) 등에 성공적으로 커튼월을 납품, 시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LG하우시스의 커튼월이 시공될 몽골 울란바토르 샹그릴라 호텔 조감도/사진제공=LG하우시스

이 회사는 해외로도 눈길을 돌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약 500억원 규모의 샹그릴라 호텔 아파트동·오피스동 및 신공항 커튼월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LG하우시스가 지난 2012년 몽골의 한 리조트 건설현장에 알루미늄 시스템창호와 커튼월을 성공적으로 납품, 시공한 것을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 베트남, 러시아 등에도 커튼월을 성공적으로 수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대형 창호업체들의 영업전략 변화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끝에 부도를 맞았던 다른 업체들의 사례가 '타산지석'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커튼월 시장은 한정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 업체간 출혈경쟁이 극심하던 상황이다.

아울러 저가 수주로 인한 커튼월 품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업체들까지 저가수주로 내몰리며 원가 이하로 공사를 따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는 결국 질 낮은 커튼월 시공으로 이어져 안전성, 효율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원가보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