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올라가기 쉬운 '환풍구'…무게 기준 고작 '100㎏'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지난 18일 오전 판교테크노밸리축제 중 환풍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유스페이스 앞 광장에서 경찰들이 현장 보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원인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환풍구 구조기준 때문이란 지적이다. 도로에 인접한 철도 환풍구와 달리 사고가 발생한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갈 일이 드문 '지붕'으로 간주한 데 따른 '인재'라는 것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물 지하주차장 환풍구는 '건축구조 기준'을 적용받는다. 기준상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벽체나 기둥, 지붕 등이 이 기준을 따르게 돼 있다. 이 기준상 환풍구는 구조물 지붕으로 1㎡ 넓이에 100㎏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지붕이 있다는 것은 벽체가 함께 존재하는 돌출형 구조물을 말한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돌출형의 전형적 모델이다. 몸무게 70㎏인 성인 남자 2명 이상이 올라가거나 100㎏ 이상 물체를 올려놓을 일이 거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와 달리 바닥에 설치되는 환풍구의 경우 사람이 언제든 지나갈 수 있다고 보고 산책이 가능한 곳은 300㎏/㎡,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경우 500㎏/㎡로 각각 규정했다. 결국 환풍구 모양이 돌출형이냐, 평면형이냐에 따라 다른 무게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기준에는 환풍구를 비롯해 건물이나 구조물을 종류별로 일일이 나열하지 않고 있다"며 "돌출형 환풍구에 다수의 사람이 올라갈 일이 별로 없다보니 최소한의 무게 기준이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교 사고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환풍구에 올라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게에 의한 추락 위험에 대비해 위험 안내 표지라도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의 환풍구에 대해선 별도의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피할 곳이 환풍구밖에 없다거나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 더 높은 곳에서 상황을 보기 위해 환풍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환풍구 안전규정을 중앙 정부가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