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삼국지 왜 썼냐고? "사회주류 꼼수는 삼국지 탓"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은 후한서 등 중국 실제 역사서 24사를 참고해 ‘김경한 삼국지’와 ‘평설 인물 삼국지’ 등을 연이어 펴냈다.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에는 흑백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촉나라의 유비는 정통 왕조이니 옳고, 그렇지 않은 쪽은 그른 것으로 묘사돼 있죠. 이걸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매도하는 가치관이 생기게 됩니다."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은 삼국지를 두 번이나 펴낸 삼국지 저자다. 지난해에는 12권짜리 ‘김경한 삼국지’를, 올해 3월에는 ‘평설 인물 삼국지’를 펴냈다. 공무원이 삼국지 집필에 매달린 이유가 뭘까.


김 부구청장은 "나관중의 삼국지가 독자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안타까웠다"며 "사실에 기반한 삼국지를 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비의 정통성을 강조해 촉한을 지나치게 미화하면 균형된 시각으로 역사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통인 유비는 옳고 충성해야 할 대상으로 정통 아닌 조조의 위나라는 폄하하고 나쁜 것으로 보는 선악의 흑백 논리"라며 "사회 주류인 486세대가 편을 가르고 대화와 타협을 안하는 기저에 삼국지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조조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김 부구청장은 조조가 천재적인 재능을 갖춰 극도로 혼란스럽던 북방을 통일, 혼돈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통일'을 통해 백성의 고충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김 부구청장은 "삼국지에 각종 권모술수가 마치 정도(正道)인 것처럼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소위 꼼수라 불리는 권모술수는 긴급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필요한 건데 삼국지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상대방을 속이고 이기는 것을 정도인 것처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삼국지 세번 읽은 사람과 싸우지 말라는 말은 이 때문"이라며 "정도로 가는게 길게 봐서 맞다"고 말했다.

권력지향적 시각도 기존 삼국지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부구청장은 "소설 삼국지에는 권력만 잡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나오는데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오히려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인재가 너도나도 정치로 뛰어드는 바람에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밝혔다.

나관중의 삼국지가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준다고 여겨 펴낸 ‘김경한 삼국지’.

2010년 서울시 국장 승진 후 1년간 장기교육을 받을 당시 삼국지를 제대로 써보자고 다짐했다. 중국 24사를 뒤지며 '사실'에 입각한 삼국지를 쓰는데 목표를 뒀다. 평일·주말 없이 새벽 3~4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매일 A4 용지 20장씩 블로그에 올리고, 다시 책 12권으로 펴냈다.

'김경한의 삼국지'에는 유비가 조폭 두목으로, 관우는 여자 때문에 조조를 떠난 것으로 나온다. 아들한테 보여주니 얼굴이 빨개지며 화를 냈다. 나관중 삼국지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래도 있었던 역사를 그대로 담는데 주력했다.

김 부구청장은 '민주사회에선 영웅이 필요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각자 자기자리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면 세상살기가 한결 좋아지리라 믿는다. "어느 한 쪽만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는 것. 삼국지 영웅들을 뒤집어놓은 저자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