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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죽이기와 창조경제

[조성훈의 테크N스톡]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4.10.20 18:59|조회 : 9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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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기업하나가 사라지는 게 정말 한 순간일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감청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다음카카오 얘기입니다.

메신저 검열 등 사이버 공안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암울해 보입니다. 벌써 300만명이되는 가입자가 독일산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망명했고 남아있는 고객들도 카카오톡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조성훈 자본시장팀장
합병효과로 20만원을 넘볼 태세이던 다음카카오 주가는 1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가까스로 반등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감옥에 가더라도 앞으로 당국의 감청에 응하지않겠다"는 초강수를 뒀고 인터넷업계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까지 요구하면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이 정부에서 다음카카오같은 창조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0년 이래 불어닥친 스마트혁명에서 뒤늦었던 대한민국이 모바일강국으로 다시 도약하게끔 이끈 회사중 하나가 바로 카카오였습니다. 기자는 카카오가 가입자 20~30만이던 초창기부터 성장과정을 지켜봐왔습니다.

직원 수명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아이위랩)으로 출발한 카카오는 어느새 가입자 1억 6000만명에 수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국민메신저이자 전세계 메신저회사 중 가장 역동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카카오톡은 문자메시지 요금 부담이나 용량 제한없이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대화하고 싶다는 이용자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당시 다음(마이피플), 네이버(네이버메신저), 삼성전자(챗온) 등이 잇따라 경쟁서비스를 내놓고 이동통신사가 견제에 들어갔지만 승승장구했습니다.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며 진화를 거듭한 결과입니다.

'2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기업', '창조경제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믿기지않던 일이지만 거대 포털인 다음까지 인수하며 굴지의 인터넷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까지 마련했습니다.

두 회사가 합병을 자축하는 축배를 들어올린 게 불과 3주전입니다.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익히 알려진 바입니다.

사실 다음과의 합병이 언급될 당시부터 찜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치적 부담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아고라나 카페 등의 토론기능이 활성화돼 진보적 성향이 강한 다음이 전국민을 가입자로 보유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도구인 카카오톡과 결합하면 정치적 파장이 커질 것은 자명했습니다. 이에대한 정치권의 견제 역시 강화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예감이 들어 맞았습니다.

물론 이번 감청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애초 다음카카오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감청논란으로 카카오톡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는 국내에서 창조적 기업이 얼마나 정치적 외압에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범죄 피의자 수사와 같은 당국의 합법적 법집행에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불필요한 감청이 확대됐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발언이 알려지고 사법당국이 사이버감시를 위한 대책회의에 열고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기업들을 참여시키면서 불거졌습니다.

스마트혁명으로 모든 개인의 정보와 일상이 데이터화되어 서버에 기록되는 시대입니다. 스마트기기에 대한 개인의 의존도가 커질 수록 모아지는 데이터의 집약도 가중됩니다. 그만큼 국가기관의 감시와 감청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감청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서버를 감시해왔다고 밝힌 전 CIA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이후 미국 IT기업들이 궁지에 몰린바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다음카카오에게 1년전 미국의 상황이 반면교사가 되지 못했고, 사태에 대한 인식과 초기대응도 부실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막 글로벌서비스로 도약하려던 카카오톡은 발목을 잡히게됐습니다. 금융서비스 진출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모델 창출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경쟁사인 네이버 라인 역시 이번 사태의 유탄을 맞아 국내 가입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라인의 서버는 일본에 있어 감청이 불가능하지만 사용자들은 네이버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언제든 가능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비단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톡같은 SNS 플랫폼에는 크고 작은 수천, 수만의 IT회사가 연계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에게 이번 사태는 적잖은 타격입니다. 해외 사용자들이 한국산 서비스를 불신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사용자들이 해외서비스로 사이버망명을 한다는 것은 우리 인터넷 모바일 생태계가 그만큼 취약해진다는 뜻입니다.

사이버망명을 단행한 우리 국민들의 사이버주권 보호 역시 어려워지게 됩니다. 우리 국민들의 정보가 해외 IT기업들에 의해 관리되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상황을 사실상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로 정부가 부르짖어온 창조경제의 단상을 본 것 같아 씁슬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감청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새로운 모바일인터넷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이상 불필요한 정치논리에 애꿎은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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