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살인교사' 서울시의원,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상보)

60대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 / 사진=뉴스1

60대 재력가를 청부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김 의원은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는 20일 오전 9시30분 배심원 12명(예비 배심원 3명 포함)을 선정하고 오전 11시부터 1차 국민참여재판기일을 열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오전 검찰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오후 계속된 재판에서 김 의원은 검찰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인 정훈탁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한 범행동기인 재력가 송모씨(67)의 토지 용도변경과 관련, 이를 송씨가 김 의원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송씨가 김 의원을 압박했다는 증거가 없고, 송씨 소유의 토지는 학교환경위생지역에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공항지역 고도제한에 걸려 상업지역으로 변경된다 해도 지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변론했다.


정 변호사는 "송씨 소유의 토지는 3종 주거지역으로 건축높이 제한이 없어 송씨 소유 건물도 8층 이상으로 증축이 가능하다"며 "관련법상 허가만 얻는다면 관광호텔 영업도 가능했던 상황인데 용도변경이 송씨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용도지구변경은 최소 5~10년씩 걸리는 행정 절차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재력가 송씨가 초선 4개월짜리 시의원에게 용도변경 청탁을 하며 수억원대의 거액을 건넬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 의원측은 교사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씨(44·구속 기소)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팽씨가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이 숨진 송씨의 돈을 노린 팽씨의 강도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된 재력가 송씨의 금전출납부 '매일기록부'도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매일기록부를 유심히 뜯어봤는데 거기에는 검사와 밥을 먹은 것, 애들한테 빵을 사준 것 이런 것만 기록 돼 있고 자기가 민사소송 형사소송 무죄판결 받도록 해준 변호사 비용은 한 푼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진짜 큰 돈은 기록 안돼 있는 기록부가 검사에겐 무죄의 증거, 시의원에겐 유죄의 증거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이날 오전 공판 모두진술에서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가 명백하다며 배심원들이 '객관적 증거'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팽씨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모든 증거가 진실과 일치한다"며 "팽씨가 피해자를 죽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팽씨가 왜 피해자를 죽였는지, 핵심은 동기"라고 말했다.

이어 "팽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며 "팽씨가 모든 범행을 자백하면서 자신의 친구인 김 의원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죽이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라며 △김 의원이 대포폰과 공중전화만 이용해 팽씨와 연락한 사실 △범행 전후 카카오톡 메시지를 교환하거나 길게 통화한 사실 △김 의원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팽씨에게 보낸 쪽지 3장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모두진술이 진행되는 동안 표정변화 없이 종이에 때때로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4시30분 현재 재판은 김 의원의 공범으로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증인인 팽씨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재력가 송모씨(67)한테서 부동산 용도변경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억2000만원 가량을 받았지만 용도변경에 실패하자 뇌물수수와 청탁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송씨의 압박에 친구 팽씨를 시켜 지난 3월3일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일체의 혐의 사실을 부인해왔다.

이 사건은 공범인 팽씨의 진술 이외에 김 의원의 교사 사실을 입증할 직접증거가 없어 검찰이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해 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한편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오는 27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6일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