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후보 4인방 지상검증

KB금융지주 신임 회장 선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김기홍·윤종규·지동현·하영구(가나다순) 등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선정한 4명의 최종후보군은 모두 '자타공인' 금융전문가로 후보 자격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 4명 중 1명은 오는 22일 예정된 회추위에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자로 선택된다. 머니투데이는 지면 검증을 위해 20일 후보자 4명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기홍 "제2재보험 무산 아냐…KB정서 깊이 이해"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최근까지 제2재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팬아시아리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제2재보험 설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자, 사실상 '출구전략'으로 KB금융 회장에 도전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제2재보험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표이사가 홀로 빠져 나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 전 부행장은 20일 전화 통화에서 "제2의 재보험사 설립은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보험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과 금융당국의 설립 인가 이슈 등으로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을 뿐, 재보험사 설립은 추진은 지속된다는 것.실제로 김 전 부행장과 함께 팬아시아리를 주도했던 정채웅 법무법인 광장 고문도 "김 전 부행장이 재보험사 설립을 주도하긴 했지만 주주나 투자자가 아닌 최고경영자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주주들의 설립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행장은 또 "오히려 KB금융 회장에 도전하면서 다른 곳(팬아시아리)에서 월급을 받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사퇴한 것"이라며 "팬아시아리 주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대다수가 찬성해줬다"고 강조했다.

과거 학계·금융계는 물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지낸 다양한 이력을 가졌지만 2008년 국민은행을 떠난 후 6년여 동안의 공백에 대해선 "과거 국민은행에서 주니어 급 이상의 임직원들과 일해 봤고, 그들이 대부분 KB의 주요 실무진들로 근무하고 있다"며 "그들을 통해 KB의 정서를 여전히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김 전 부행장은 또 "모든 이슈들에 대한 경험이 있다"며 "만일 회장으로 선출되면, KB금융이 전통적 강점을 가진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징계' 명예 회복···노조 영향설은 기우"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은 2004년 국민은행의 회계처리 오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사퇴했다.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연임을 좌절시킨 바로 그 사건이다. 국민은행이 2003년 자회사인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국민카드의 손실을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으로 인식, 법인세를 적게 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회계학자들 사이에선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많아 윤 전 부사장이 곧바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조직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사퇴했다. 반면 회계처리 오류를 이유로 국세청이 4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자, 국민은행은 소송을 통해 1·2심에서 승소했다. 자연스럽게 윤 전 부사장도 명예회복에 성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윤 전 부사장은 "억울함이 없지 않았고 한 동안 취업도 제한됐지만, 2010년 KB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복귀했다"며 "KB로 돌아오면서 이미 과거의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전 부사장은 이른바 '노치(勞治)'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1차 후보군 선정시 외부 인사들에게 서신을 보내 응모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회추위에는 '내부인사' 발탁을 요청했다. 노조가 KB 근무 경력이 7년으로 가장 긴 윤 전 부사장을 미는게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또 윤 전 부사장이 회장이 선출되면 노조 입김에 휘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윤 전 부사장은 "KB를 떠난 후 노조와 따로 접촉하거나 부탁을 한 적도 없다"면서 "만일 회장 후보로 선출이 된다면 노조와는 충분히 대화해야겠지만, (노조로 인해) 경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라고 노조와 선을 그었다. 아울러 "현재 KB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내부·외부 논란이 불필요한 논쟁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연피아? 연구원 출신, 대단한 권력 없다"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금융권 재직 시절 '지 박사'로 불렸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금융관련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약점으로 부각된다. 특히 금융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족쇄다. 금융권에서는 '연피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연구원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거세다.

지 전 부사장도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지 전 부사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원 출신들이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고, 연피아라는 단어도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 전 부사장은 연피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KB국민카드 부사장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금융과 거리가 먼 삼화모터스 사장을 맡고 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로서 KB금융 회장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두고 자리에 연연한다는 시선이 있다. KB금융 회장 후보 4명 중 현직 CEO는 지 전 부사장과 하영구 씨티은행장 두 명 뿐이다. 하 행장은 KB금융 회장 경선 결과와 무관하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 전 부사장은 "새로운 기회가 있으면 이동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미 회사와 이야기가 마무리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거취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발생한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고는 지 전 부사장에게도 상처다. 지 전 부사장은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KB국민카드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지 전 부사장은 "직접적인 관리책임은 없었지만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재직 시절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4명의 후보 중 나이가 가장 적어 회장보다 행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은행장은 은행원 출신이 하는 게 맞다"며 "은행장으로 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하영구 "정치권 교감설 100% 오해..정치와 무관해 14년간 은행장도 가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은행장이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인물이다. 14년 동안 은행장직을 유지한 탓이다. 앞서 회추위가 1차 후보군 명단에서 하 행장의 이름을 '익명'으로 발표하자 자리에 연연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하 행장이 KB 회장직 도전 및 은행장직 사임 의사를 한국씨티은행 직원과 이사회, 주주에게 먼저 알리기 위해 '익명'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해가 풀렸다. 1차적인 논란에서 벗어난 하 행장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정치권과의 교감설이다. 이에 대해 하 행장은 "100% 오해"라고 말했다.

하 행장은 "금융산업의 개선을 제안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본 정도지, 그 외 정치권에는 기웃거리지도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정치와 무관하고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점이 은행장을 14년이나 했던 비결이라고 한다. 조윤선 청와대 수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으로 근무했으니 당연히 개인적 인연은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 "결코 정치권을 가까이 한 사람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장 근무 시절의 이력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 행장은 최장수 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몇차례 경징계를 받았다. 하 행장은 "오랫동안 CEO를 하다보니 남들보다 많은 징계건에 노출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징계가 단 한건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과오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씨티은행 구조조정은 씨티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임에도, 마치 자신이 구조조정 전문가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한국씨티은행의 구조조정은 씨티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정해졌는데, 이를 보고 마치 (회장에 선출된 후)국민은행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