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첫 흑자앞두고 노사합의에 발목잡힌 '코레일'

최연혜 코레일 사장. /사진=임성균 기자

코레일이 공사 출범 9년 만인 올해 사상 첫 영업흑자를 예상하면서도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노사합의가 지연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기관평가 최하위 등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기대 이상 경영성과 속에서도 노사관계 때문에 지난 1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놓여서다.

21일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에 새로운 강성 집행부 출범이 임박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후보를 새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내용으로 오는 23일까지 26대 위원장 선거를 치른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정부를 상대로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 김 후보측은 "위원장이 당선되면 평균 임금 산정기준 대응과 2014년 임금 교섭에 대한 투쟁방침을 결정하고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차기 집행부가 강성기조를 고수, 평균 임금 산정 방식 합의에 실패하면 기재부로부터 공공기관 평가 최하위 점수를 받게 되고 이는 곧 임금동결 등으로 이어진다. 앞서 기재부는 방만경영을 해소하지 않으면 임금동결 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래픽=김지영

◇영업익 700억원 기대… 9년만에 첫 흑자전환
이 문제는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16개 과제의 하나다. 코레일 노사는 15개 과제에 합의했지만 마지막 평균임금 산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평균 임금을 어떻게 짜느냐는 퇴직금 규모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노조 반발이 유난히 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올해 700억원 규모의 영업흑자 달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마지막 1개 과제에 발목이 잡힌다는 것은 노사 모두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올해 부채감축과 방만경영해소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기울여왔다. 최연혜 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일성으로 "단 1만원의 영업흑자라도 달성한다는 각오로 2015년 흑자경영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은 14조원 부채덩어리(부채비율 244%) 공기업 신임사장의 순진한 포부정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영시스템 개선작업이 하나하나 진행되면서 흑자전환이 서서히 가시권에 들어왔다. 코레일은 대표적 사례로 수익관리시스템인 'YMS'(Yield Management System) 구축을 들고 있다. 코레일은 YMS를 통해 △예약체계 △운임체계 △좌석할당 등을 분석하고 시간대와 좌석·노선·상품별 요금 체계를 다양화해 공실률을 크게 줄였다.

수익증대와 비용절감을 총괄하는 '경영정상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소속별로 비용 목표를 설정, 전사적 손익관리 체제를 도입한 것도 최 사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란 평가다. 코레일 관계자는 "올 초 1900억원 적자를 예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700억원 흑자는 2600억원 이상 경영성과"라고 설명했다.

◇임금동결·성과급 불이익 기로에 선 코레일
코레일은 노조가 경영개혁의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때라며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노사가 평행선만 달리다보면 정부 경고대로 임금동결과 경영성과급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특히 차기 집행부가 임금문제로 정부와 직접 교섭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철도노조원들에 피해만 입힐 뿐이란 입장이다.

김영훈 위원장 후보 등이 해고자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거리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해고자 복직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그러다보면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노사협상은 뒷전으로 밀릴 소지가 크다. 코레일은 그럼에도 희망이 아예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노조 내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만경영 해소 촉구 결의대회에 직원 1만명이 참여하는가 하면 임직원의 74%인 2만명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퇴직금 개선에 대한 무기명 투표에는 1만4000명이 참여해 91% 찬성표가 쏟아졌다.

강경 일변도인 노조에서 빠져나오는 조합원수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말 2만388명이던 조합원 중 7.3%에 해당하는 1488명이 자기의사로 노조를 탈퇴했다. 코레일은 노조가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통한 노사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노조가 해고자 구호를 위해 조합비를 1.8에서 2.4%로 인상하는 등 해고자 구호활동과 복직을 위한 투쟁에 매몰돼 있다"며 "당장 우리 앞에 임금동결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