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따라 셈법도 복잡미묘…ICT 주도권 쟁탈 본격화

머니투데이

부산=류준영 기자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개막 이틀째를 맞은 21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회의 참가국별 수석대표들이 미리 준비한 ITU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정책연설을 2차 본회의를 통해 소개한다.

전날에 이어 순자척으로 공개되는 각국의 정책의제는 본회의와 소회의 등에서 논의·검토돼 결의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캐나다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인공위성을 활용한 항공기 추적'을 의제로 내걸었다. 쿠바는 통신장비 등의 수출에 제동을 건 미국을 겨냥해 인터넷 사용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제를 제기했다.

국가 간 공방이 예상되는 의제도 다수이다. 예컨대 인터넷 공공성 확보를 위한 '인터넷 공공정책'의 경우, '정부의 역할', '공공성의 범위' 등이 중점 논의대상으로, 각 국가가 처한 정치체제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치열한 논쟁이 예고돼 있다.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호, ICT 역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제안에 관해 선진국은 적극적인 자세인 반면에 이제 막 산업화에 들어선 개발도상국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ICT 시장 주도권을 뺏고 지키려는 중국과 미국의 쟁탈전은 이번 회의에 핵심 관전 포인트다.

미국은 'ITU 사무총장·차장 역할 정립'을 위해 △사무총장 권한 투명화 △사무총장 활동 강화 △사무차장 임무 부여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ITU 조직의 핵심 결정권자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역할과 임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안이 중국 출신의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은 이번에 사무총장직에 단독 출마해 당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이다. 그가 사무총장직에 오를 경우, 중국이 글로벌 ICT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사무차장의 권한 강화를 통해 중국계 사무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인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거버넌스' 분야 제안에선 중국·러시아와 미국·유럽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험로'가 예상된다.

이전까지 인터넷 주소 관리 및 보안이나 저작권 등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비영리 민간 법인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주도해 왔다.

중국·러시아 등은 앞으로 UN산하 국제기구인 ITU에서 인터넷 거버넌스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등 서구권 국가는 ICANN을 보다 중립적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해 치열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때부터 한국 ICT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꿰한 우리나라 수석대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날도 나카라과,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동티모르 등 5개국 대표와 차례로 면담하며, ‘ICT 세일즈 외교’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 장관이 △브로드밴드 구축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사이버 보안 △국가정보화 등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니카라과·가나와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ICT 분야 상호교류·협력의 추진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전권회의 폐막일(11월 7일)까지 중국 등 총 17개국 대표와 면담을 이어간다.

한편,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매일 오후 1시부터 1시간동안 벡스코 야외광장에서는 'ICT 세상에서의 달콤한 휴식'이라는 주제로 고전무용과 전통 국악, 퓨전 국악 등 해외 참관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벡스코 2전시장과 오디토리엄에서는 전권회의 부대행사인 '월드IT쇼'와 '5G 글로벌 서밋(Global Summit)'의 이틀째 행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