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아나패스 "GCT와 제휴, 모바일AP 시너지 확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왔던 아나패스 (22,250원 ▼600 -2.63%)의 지난해 미국 반도체칩 회사 GCT세미컨덕터 지분 인수는 이례적인 행보였다. 시장에서는 온갖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경호 아나패스 대표(사진)는 신성장동력인 모바일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이경호 대표는 21일 머니투데이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TV관련 멀티미디어 기업은 기술의 연관성을 볼 때 모바일AP로 가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동안 다른 멀티미디어 기업들이 모바일AP 시장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모뎀과의 패키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GCT와의 전략적 제휴는 모바일AP 분야 성장에 있어 시너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세계 1위 업체인 퀄컴은 모바일AP 공급시 모뎀을 패키징해서 제공한다. 덕분에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패키징이 돼있지 않은 모바일AP에 대해서는 니즈가 없다. 아나패스와 전략적 제휴관계인 GCT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일본 2위 사업자 KDDI, KT, LG유플러스 등 다수의 통신사업자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모바일AP 패키징을 위한 모뎀공급에 최상의 파트너인 셈이다.

아나패스는 지난해 340억 원을 들여 GCT세미컨덕터의 지분 37% 가량을 인수했다. GCT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아나패스도 지분법손실 등으로 지난해 말 108억 원, 올해 상반기 69억 원을 인식했다.

이 대표는 "GCT 투자로 인한 지분법 손실은 실제 현금이 오고가지 않는 회계적인 손실처리일 뿐이며, 향후 GCT가 성공가도에 오르면 지분법이익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GCT는 지난 2011년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 개발에 성공했다. 시장 도입기에 CDMA 관련 사업자들이 GCT제품을 사들이면서 매출도 1000억 원을 넘겼다. 하지만 퀄컴이 LTE와 3G가 동시에 가능한 통신칩을 내세우면서 실적이 급격히 하락했고, 상장심사까지 통과했던 나스닥 기업공개(IPO)도 지연됐다.

이경호 대표는 "GCT는 국내 유명 대기업으로부터 2G와 3G 기술을 이전받고, 본격적인 스마트폰용 멀티모드 통신칩 개발에 나섰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GCT와 아나패스가 협력해 LTE가 포함된 멀티모드 RF모뎀 및 모바일 AP를 모두 갖춘 통합 솔루션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RF, 멀티모드 모뎀 및 AP 통합 솔루션은 세계적으로 그 기술을 모두 확보한 회사가 극히 드물다. 특히 스마트폰 뿐 아니라 향후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인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도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GCT는 현재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에 LTE와 와이브로(Wibro)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모드 통신칩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인 KT가 지난달 발표한 하이브리드에그에도 통신칩을 공급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유선망을 설치하기 어려운 미국에서 LTE 온리 무선 모뎀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LTE망 보급률이 급격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LTE 통신칩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던 GCT에게는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GCT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을 다시 한번 두드릴 계획"이라며 "스마트폰용 통합솔루션과 LTE 온리 솔루션 등 다변화된 매출처가 있어 상장 가능성도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영역인 디스플레이 분야도 청신호가 켜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울트라HD(UHD)에도 아나패스 (22,250원 ▼600 -2.63%)의 타이밍콘트롤러(T-CON)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나패스는 대형 평판디스플레이(FPD)를 구동시키기 위한 모든 신호를 처리하는 핵심기술인 T-Con과 모바일 시리얼링크, 모바일 디스플레이 콘트롤러 등을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UHD시장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아나패스도 UHD TV에 적용되는 T-Con 제품이 많이 출하됐고 실적은 준수했다"며 "향후 UHD시장이 본격화 된다면 좋은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나패스는 통신용 반도체와 HDTV 등의 칩셋을 설계하는 대만 최대 팹리스 반도체 회사인 미디어텍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과거 미디어텍이 모바일 시장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하여 2G에서 3G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공략했던 것처럼 아나패스는 GCT와의 제휴를 통해 3G에서 LTE로 넘어가는 이 시기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신성장동력 사업을 준비하면서 사업보안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지 못했다"며 "다양한 비즈니스가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어 향후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