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PEC에 10억짜리 자국산차 훙치 투입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중국이 다음달 10일 베이징에서 개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외국 정상 의전차량으로 자국산 훙치(紅旗)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중국 신경보(新京報)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 교통위원회는 전날 APEC 회의 기간 사용할 외빈 맞이용 승용차로 훙치, 베이징자동차(北汽) 등 국산 차량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외국 정상에게는 600만 위안(약 10억 원)에 달하는 훙치 최고급 세단 L5가 제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된 L5는 방탄기능을 갖춘 길이 5m의 고급 세단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시 의전차량으로 사용되는 등 중국 국산 자동차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차량이다.

훙치는 1958년 처음 출시된 중국 최초의 국산 브랜드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등 고위층이 애용하던 승용차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군사대열을 할 때 사용돼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훙치는 연료 소비량이 많고 차체가 커 불편하다는 비판과 벤츠, 아우디 등 외국산 고급자동차의 수입으로 단종 됐다가 1995년 중국 정부의 국산 브랜드 복원 계획에 따라 생산이 재개됐다.

중국 이치(一汽)자동차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훙치 현대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한화 약 4조원을 투자해 연비를 높이고 차체를 현대식 스타일로 바꿨지만 여전히 외국 자동차에 밀려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훙치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반부패 드라이브 이후 '관용차'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직자 사치근절을 이유로 외국산 고급차량의 관용차 사용이 금지되면서 훙치 H7 모델 등이 관용차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

여기에 훙치를 중국을 상징하는 전략차종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는 이번 APEC 회의에 의전차량으로 투입키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 훙치 20대를 선물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훙치 홍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