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립45주년, 여느때보다 '차분히' 맞이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창립 45주년을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내부 기념식만 열고 차분하게 보낸다는 계획이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서초사옥에서 창립 45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삼성전기 (142,900원 ▼3,800 -2.59%)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전자계열사들도 같은 날 각각 경기 수원과 충남 아산 본사에서 창립기념일 행사를 갖게 된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 3인방은 각각 나이는 다르지만 창립기념일은 11월 1일로 같다. 올해는 1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기념식을 하루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며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이날을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별다른 대외 활동 없이 내부 기념식만 간단히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분기와 3분기 모두 실적이 크게 악화돼 축제를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5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점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맏형'인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다보니 계열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까지도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기념식에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가 기념식 축사를 맡으며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등 주요사업부장 등 임직원 약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창립 40주년 당시 '비전2020'(오는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를 내고 △IT 업계 1위 △글로벌 5대 브랜드 △존경받는 기업 10위 달성이라는 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올해 기념식에서도 권 부회장은 이 목표에 대한 중간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만해도 창립기념일에 단합대회나 체육행사 등 '화려한' 대외행사가 열리곤 했지만 점차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차분하게 기념일을 보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앞으로 창립기념일에는 휴무를 하지 않고 정상 근무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까지 창립기념일에는 정상근무를 하는 대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대체휴무를 쓰도록 했지만 이번에 아예 없앤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의 기업들은 창립기념일이라는 이유로 휴무를 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신 올 3월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4년치(4일치) 특근비를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