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 잘 고르면 3년에 50% 수익

주식형 퇴직연금펀드가 뛰어난 장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펀드는 채권혼합형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형 상품이 더 우수했다.

최근 3년간 퇴직연금펀드의 성과를 보면 주식형과 혼합형, 채권형간 평균 수익률 격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 펀드간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수익률 상위권은 대부분 주식형 퇴직연금펀드가 차지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년 평균 수익률은 국내 채권형이 15.11%, 국내 혼합형이 14.48%, 국내 주식형이 13.66%로 채권형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개별 펀드별로 보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3년 성과가 가장 좋은 퇴직연금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펀드 C형으로 수익률이 52.37%에 달했다. 2위도 신영자산운용의 신영연금배당증권전환형펀드(49.44%)가 차지했다. 3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 퇴직연금펀드 A형(49.42%)으로 나타났다. 3개 펀드 모두 배당주와 가치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상품이다.


4위는 KB자산운용의 KB퇴직연금배당40펀드 C형(29.53%)에 돌아갔다. 이 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 3년 수익률이 200개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4위로 탁월하지만 1∼3위를 차지한 주식형 펀드에 비해서는 10%포인트 가량 낮았다. 5위는 또 다시 주식형으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 업종일등펀드 C형(28.33%)이 차지했다. 이 펀드는 저성장 시대에도 꾸준하게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일등 기업에 투자한다.

흥미로운 점은 3년간 평균 수익률을 따졌을 때 채권형 퇴직연금펀드가 가장 높고 주식형 퇴직연금펀드가 가장 낮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도 채권형 펀드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특히 3년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8%로 전체 채권형 펀드의 12.55%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퇴직연금으로 투자되는 주식형 펀드의 13.66%에도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반 주식형 펀드는 환매가 자유로워 장기 투자가 어려운 반면 퇴직연금펀드는 퇴직할 때까지 중도 환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강제적 장기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퇴직연금펀드 내에서 채권형과 주식형의 수익률 차이는 미미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식형의 성과가 더 좋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좋은 주식형 펀드를 골라 장기 투자할수록 성과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주식형 퇴직연금펀드 투자자 관심 낮아=이처럼 주식형 퇴직연금펀드가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전체 퇴직연금펀드 200개 가운데 올해 성과가 가장 높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펀드 C형의 설정액은 14억원에 불과하다.


3년간 수익률이 1∼2위를 차지한 신영자산운용의 주식형 퇴직연금펀드 설정액도 217억원과 724억원에 그쳤다. 3위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5위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주식형 퇴직연금펀드 설정액 역시 368억원과 59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주식형 펀드 4개를 합쳐도 수익률 4위를 차지한 채권혼합형 펀드인 KB퇴직연금배당40펀드 C형의 설정액 8375억원과 비교하면 6분의 1수준밖에 안 된다.

현재 퇴직연금펀드 중 설정액 규모가 큰 펀드들은 모두 채권혼합형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 퇴직연금펀드1이 1조1154억원, KB퇴직연금배당40펀드 C형이 8375억원, 삼성퇴직연금코리아대표40펀드가 3289억원,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펀드가 2809억원, 미래에셋퇴직플랜40펀드 C형이 1857억원 순이다.

올들어 퇴직연금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총 9982억원으로 KB퇴직연금배당40펀드 C형이 2296억원을 흡수했고 한국밸류10년투자 퇴직연금펀드1이 2222억원,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펀드 C형이 2026억원을 끌어모아 이들 3개 채권혼합형 펀드로 자금이 6000억원 이상 쏠렸다. 국내주식혼합,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115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신영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5개 상품에 집중됐다.

◇운용사들, 퇴직연금 라인업 강화중=현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주식 비중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채권혼합형 펀드 위주로 퇴직연금 라인업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법률 개정을 통해 DC혀여 퇴직연금의 주식투자비율이 70%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각 자산운용사들은 성과가 우수한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펀드 등을 퇴직연금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다.

올들어 퇴직연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KB자산운용은 13개 퇴직연금 펀드에 더해 해외펀드와 중위험·중수익 펀드를 더할 계획이다. 하성호 KB자산운용 상품전략실 이사는 돱퇴직연금으로 해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연금 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장점이 있다돲고 말했다. 해외펀드 투자시 수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퇴직연금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미뤄지고 연금수령시 세율도 3~5%로 낮아진다.

올들어 퇴직연금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월에 출시한 삼성밸류플러스 펀드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인 글로벌올에셋 펀드를 퇴직연금 라인업에 추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분산투자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중위험·중수익 상품, 해외투자 상품 등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직장인들이 퇴직연금펀드를 갈아타지 않고 최초 가입시점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감안한 아이디어 상품도 나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달 '신한BNPP 퇴직연금 명품펀드셀렉션 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재간접형]'을 출시했다. 이 펀드는 펀드 자체에서 전문 펀드매니저가 시장 환경에 따라 편입비를 조정해 자산을 배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