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號 KB, 새 선장의 첫 과제는 '조직 추스리기'

22일 KB금융지주의 새 회장 후보로 윤종규 전 부사장이 선출됐다. 윤 내정자는 막판까지 경쟁후보들과 접전을 펼치며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수장으로 선출됐지만, 승리를 자축할 여유가 별로 없다. 전임 경영진의 내분 사태가 초래한 최악의 위기 속에서 묵직한 난제들이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임 KB금융 회장에게는 흔들리는 조직을 바로잡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사·임직원간의 반목 해소를 비롯해 국내 최대 영업망 및 임직원 규모에 걸맞는 수익성 제고,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 마무리를 포함한 비은행부문 강화 등 무거운 과제가 맡겨질 전망이다.


◇첫 과제는 조직 추스르기···지배구조개선·연말인사 관심= 윤 내정자는 우선 KB금융의 내분 양상을 추스르는 게 급선무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만 해도 국민·주택 합병 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고질병'을 겪고 있고, 전임 경영진의 갈등으로 지주와 은행 등 그룹내 분열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 회장 선출을 앞두고 KB금융 내부에선 유력 후보에 대한 '줄서기' 관행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 회장 후보는 "선임 절차 초반부터 안면조차 없는 KB내부 임원들로부터 여러 번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래된 '관치'의 역사 탓에 윗선에 줄을 대는 악습이 도진 셈이다.

이를 위해 윤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특히 회장·행장 겸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에 대해 앞서 윤 내정자는 "당분간은 은행 경영을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에 겸직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분간 겸임 체제를 유지하다 경영이 안정화되면 은행장을 선임하는 '선 겸임 후 분리'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와 함께 임영록 전 회장이 뽑은 지주 및 계열사 경영진의 인사 여부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조직의 불안정을 감안하면 취임 초기부터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다음달 21일 주주총회를 통한 공식 취임 후에는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교체 또는 재신임의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 새 M&A 관심=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은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내분 사태와 경영진의 공백 등 불안정을 이유로 금융위가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는 KB금융의 금전적 손해로 직결된다. LIG그룹과 맺은 인수계약에 따라, 오는 28일부터는 매일 지연 이자를 하루에 1억1000만원씩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는 새 회장 선출로 경영 불안정 요소를 해소했다는 명분을 확보한 만큼, 협상력을 발휘해 금융위의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게 급선무다. 또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새로운 M&A도 장기적인 성장 과제다. 최근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우증권 등 증권사 매물이 전통적 KB금융의 취약 분야로서 도전의 대상으로 꼽힌다.

◇수익 개선, 통합사옥 마련도 과제='바닥'을 치고 올라왔을 뿐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수익성의 개선도 윤 내정자의 몫이다. KB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저금리·저성장이 지속되는 와중에 최근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연 2.0%)까지 겹치면서 장기적으론 어두운 전망이 팽배하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와 신사업 발굴,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는 KB금융은 물론 한국 금융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거 '리딩뱅크' 위상의 회복도 중요하다. 국민은행 총자산 규모는 2001년 통합 당시 약 156조 원으로 신한(55조원)·우리(75조원) 등 경쟁은행을 압도했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신한(323조원)은 물론 하나(314조9000억원)·농협(310조9000억원)에도 밀리며 크게 체면을 구겼다. 다른 은행이 3~4배 덩치를 키우는 동안 국민은행은 채 2배도 성장하지 못한 셈이다.

리딩뱅크 회복을 위한 상징적 과제인 통합사옥 마련은 새로운 CEO가 뽑힐 때마다 매번 거론됐다. 현재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본사는 명동·여의도·광화문 등 4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회장·행장간 내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노조와 우호적 관계…관계 '조율' 관건=CEO가 교체될 때마다 반복됐던 노조와의 '기싸움'은 윤 내정자의 선출로 이번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가 내부 출신 회장 선출을 주장하면서 과거 KB에서 7년 이상 근무했던 윤 내정자를 '내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내정자로에겐 노조와의 우호적 관계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회장 선출 기간 '노조의 측면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받았던 만큼, 향후 경영 현안에 노조가 외려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관계에서 윤 내정자의 조율 능력에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윤 내정자는 "만일 회장 후보로 선출이 된다면 노조와는 충분히 대화해야겠지만, (노조로 인해) 경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