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펀드 안사는데 농협 펀드는 사는 이유

최근 NH농협은행에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판매를 위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은행의 펀드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의 경우에는 펀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펀드 판매잔고는 2012년말 5조5133억원에서 작년말 6조5389억원, 지난 8월말 7조7385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지난해말보다 잔고가 18.3% 늘어나면서 이미 지난해 수준의 성장을 보였다. 2012년말 대비로는 40.4%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은행들의 펀드판매 잔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펀드 판매잔고는 16조3043억원으로 절대적인 금액상으로는 가장 크지만 지난해말의 19조3743억원에 비해서는 3조700억원, 15.8%가 급감했다. 신한은행의 펀드판매잔고는 14조894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9589억원, 6%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은행의 펀드판매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주식형 펀드 위주로 판매 전략을 펼쳐왔던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있다. 또 최근 몇년간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계열 자산운용사 위주로 펀드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컸을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판매사(증권·은행·보험·기타) 가운데 은행의 공모펀드 판매잔고 비중은 39.98%로 9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NH농협은행은 마케팅 시스템에 변화를 줘 상품개발, 출시,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상품개발담당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에 주식형 펀드 대신 채권형, 재간접형 펀드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주식형 펀드 판매 잔고는 2012년말 2조372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7634억원, 8월말 현재 1조6438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 판매 잔고는 2012년말 1447억원에서 지난해말 2521억원, 8월말 현재 5280억원으로 2년도 되지않아 3.6배 커졌다. 이 가운데 우리단기국공채플러스, 동부단기국공채공모주 등 단기국공채 관련 상품으로만 2500억원이 몰렸다.

재간접형 펀드의 판매잔고는 2012년말 593억원, 지난해말 729억원, 8월말 현재 2738억원으로 4.6배 성장했다. 혼합형과 파생형 펀드의 판매잔고는 2012년말 대비 각각 1.5배씩 늘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에 주식형 펀드잔고가 2012년말보다 30~40% 위축됐지만 다른 유형의 펀드에서 감소분을 메우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보다는 금리+α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변동성 높은 주식시장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은 투자자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진 판매사의 경우에는 손님이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의 펀드 판매비중은 2011년 3월말 은행을 추월한 이후 올해 5월 50%를 돌파했고 현재는 54.03%로 8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주식형 외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다 최근 펀드온라인코리아 출범으로 온라인 펀드판매를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는 등 이벤트를 진행한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