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청부살해' 3차 공판…경찰 증언 증거능력 놓고 충돌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60대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14.7.3/뉴스1 © News1

수천억원대 재력가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3차 공판기일에는 사건 현장을 수사했던 경찰관 2명과 피해자 송모씨를 살해한 팽모(44)씨의 지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박정수) 심리로 22일 진행된 재판에서 경찰은 범행 당일 팽씨의 행적과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등에 대해 증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0~2011년 송씨로부터 빌딩 용도변경 청탁 대가로 5억여원의 금품을 받았지만 도시계획 변경안 추진이 무산되자 10년지기 친구 팽씨로 하여금 송씨를 살해하게 한 혐의로 지난 7월22일 구속기소됐다.

범행 뒤 중국으로 몸을 피했던 팽씨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경찰에 인도된 뒤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살인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해 오고 있다.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 강서경찰서 경찰관 윤모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열쇠꾸러미를 떨어뜨렸지만 사무실 문이 잠겨 있었고 돈도 남아 있었다"며 "원한으로 인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다"고 말했다.


팽씨를 피의자로 특정한 이후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김 의원과 연락한 흔적이 확인됐고, 피해자 금고에서 김 의원의 이름이 적힌 차용증이 나왔다는 점 역시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팽씨를 조사하는 도중 변호사가 왔는데 팽씨가 자신도 형도 변호사를 살 사정이 안 된다 하고 변호사도 수임한 사람의 연락처를 모른다고 했다"며 "김 의원 쪽에서 선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수사했다"며 "팽씨가 자살했다면 묻혀버릴 뻔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서경찰서 형사 김모씨 역시 "피고인이 경찰 조서를 꼼꼼하게 읽고 본인이 맞춤법까지 다 정정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증인 출석에 대해 이날 김 의원 측은 "경찰이 조사 초기에 확인되지 않은 범행 동기를 언론에 공개했고, 김 의원과 팽씨의 대질신문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거부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조사한 내용이 맞다고 증언하면 맞는 것이냐"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빙성 여부를 따져 경찰관의 증언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다수 있다"며 "김 의원이 팽씨의 진술을 부인해 온 이유에 대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맞섰다.

김 의원 측은 이에 "앞으로도 증인이 여러 사람 남아 있는데 그들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면 되지 국민참여재판에서 경찰을 법정에 세운 것은 수사를 원점으로 돌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밖에도 팽씨가 운영하던 환전소 직원인 박모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팽씨가 범행 이후 자신에게 연락해 김 의원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며 "김 의원이 지시했지만 말을 않으려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지인 이모씨 역시 "팽씨가 범행 뒤 나에게 전화해 '돈이 필요해 죽였다. 유서처럼 통화내용을 녹취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굳이 녹음을 해 달라고 한 이유가 김형식을 도우려고 였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 측은 "팽씨가 평소 순한 성격이라는데 만약 남을 해치고 싶다면 팽에게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팽씨의 전처 조모씨의 증언도 이어졌다.

김 의원 측은 전날 공판에서 전처 조모씨가 팽씨에게 생활비 등을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을 들며 압박에 못 이긴 단독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 측은 조씨가 내연남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제시하며 내연남에게 보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팽씨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조씨의 증언 과정은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재판에 늦게 출석한 배심원에게 재판장이 "전체 재판 과정을 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며 사임을 명령하기도 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르면 법원은 배심원의 출석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계속해서 직무를 행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배심원을 해임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집중심리를 거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참고해 당일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김 의원의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의 충분성 여부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점과 신청된 증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6일간 집중심리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시작된 재판은 오는 27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6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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