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할인율 15%' 적정?

정가제로 운영 중인 한국외대 교내서점./사진=김현정 기자

"학업에 필요한 책은 도서정가제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음달 21일부터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그 동안 새로 발간된 책에만 적용됐던 정가의 19% 할인율이 신간과 구간 상관없이 15% 이내의 할인율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안 시행 이후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모든 서점은 정해진 할인율 내에서만 도서판매가 가능하다. 출판문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할인율의 상한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찬반이 엇갈린다.

전공학습과 수업준비, 논문자료검색 등 도서사용량이 많은 대학생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매학기 마다 적게는 1~2권에서 많게는 5권까지 교재를 한꺼번에 구입해야 해 비용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 최근까지 할인율이 큰 온라인 서점을 주로 이용한 이들은 법안 시행 이후 더욱 비싼 값을 주고 책을 구입해야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한국외대 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고모씨(24·여)는 "학생 입장에서는 벌이가 많지 않고 전공 서적은 비싼 경향이 있다"며 "그나마 인터넷으로 사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정가제를 도입하면 가격부담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백모씨(24·여) 역시 "도서 가격이 부담돼서 할인이 많이 되는 인터넷으로 주로 사는 편"이라며 "할인율을 법으로 정해 놓으면 사람들이 책을 더 안사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개정안에 대한 대학 교내서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현재 대부분의 교내서점에서 도서가격의 정가 그대로를 받고 판매하거나 10%미만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15%이내에서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판매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교내서점 관계자는 정가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 너무 할인을 많이 해 책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며 "책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주입된다"고 말했다.

반면, 출판업계의 성장을 위해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학생도 있었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1·여)와 박모씨(21·남)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경우도 많고 꼭 필요한 몇 권의 책만 산다"며 "콘텐츠 보호 측면에서 정가제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박지영 한성대 지식정보학부 교수는 대학 도서관의 입장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도서정가제를 통한 할인율의 감소가 도서구입 예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구입 종수가 줄어들어 다양한 콘텐츠의 유통이라는 제도의 긍정적 취지가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6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바른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성미희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총괄실장은 "다른 문화선진국의 도서정가제들과 비교하면 할인율 15%도 여전히 높다"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편법을 통한 할인 경쟁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벽한 시행령 마련을 통해 이를 막고자 했으나 업계 의견 수렴 없이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 했다"며 "허점투성이 시행령은 지속적인 변칙 마케팅을 유발시켜 도서정가제가 또다시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출판·서점업계는 더 이상의 법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서판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간행물 판매자의 범위에 판매중계업체(오픈마켓)을 포함 △외국에서 발행된 간행물의 범위 명확화 △중고 간행물의 범위에서 기증받은 도서 제외 △경제적 이익의 범위에 '경품류, 배송료, 카드사·통신사 제휴를 통한 3자 할인'포함 △정가제 위반에 따른 과태료 상향조정 △전집(세트)도서의 구성과 판매를 개정된 법안에 반영해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6일 '올바른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