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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전민재씨, 못생기다뇨? 아름답습니다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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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육상 200m에서 금메달을 딴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있는 전민재./사진= KBS 뉴스9 캡처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육상 200m에서 금메달을 딴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있는 전민재./사진= KBS 뉴스9 캡처

어쩐지 면구스러움. 22일이 되어서야 그의 미소를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이다.

전민재(37).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2관왕. 19일 여자 200m에서 31초 59의 기록으로 정상에 오른후 20일 여자 100m 결선서 15초 60을 기록한, 이번 대회 한국선수 최초의 2관왕이다. 첫 금메달로부터 3일, 2관왕에 오른 후 2일이 지나서야 그를 모니터 상에서나마 만났다는 사실이 얼굴을 달군다.

출근 전 집사람과 함께 이사에 대해 한 걱정을 한 뒤끝였다. 전세대란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걱정거리였다. 금리를 낮췄더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바람에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있단다. 조만간 이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니 심란할밖에.

시끄러운 속을 달래며 기사와 방송프로그램을 모니터하던 중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민재선수의 남동생 인터뷰를 발견했다. 활자화된 인터뷰 전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였다. 그래서 찾아본 전민재다.

다섯 살 때 뇌염으로 인한 뇌성마비. 말도 못하고 손가락도 곱아 글도 발로 써야하는 비참함. 마침내 어린 시절 일기장에 “스무 살 까지만 살고싶다”라고 적어야했던 심정.

손이 곱아 발가락으로 쓴 금메달 소감을 보여주는 전민재./사진= KBS 뉴스9
손이 곱아 발가락으로 쓴 금메달 소감을 보여주는 전민재./사진= KBS 뉴스9


2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전민재는 예의 발가락으로 쓴 소감을 공개했다.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가족, 동료선수, 친구,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말들로 가득찼다. 결실을 맺지 못한 선수들에겐 “다시 출발선에 서서 힘내시길 바란다”고 격려했고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장애인 육상연맹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목표를 위해 한발한발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란 다짐도 밝혔다. 그리고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로 마무릴 지었다. 동생의 말을 빌자면 1등하면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틈틈이 작성한 것이란다. 동생도 눈치 못 챈 깜찍한 이벤트였다.

진안읍 원반월 마을 전승천씨의 1남 6녀 중 셋째로 태어난 전민재는 동암 재활학교 2학년 때 인 2003년 처음 육상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장애인 육상의 간판스타로 떠올랐지만 전민재에겐 아직도 소속팀이 없다. 동생은 전민재가 혼자서 진안의 논두렁을 타이어를 매고 달리며 훈련해왔다고 밝힌다.

동생은 “저희 누나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같은 데 가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무엇이 이 위대한 선수를 고개 숙이게 하는지는 본인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며 “이제는 달리기할 때처럼 어디 외출하거나 할 때도 당당하게, 미소천사의 타이틀에 맞게 밝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누나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전민재의 미소를 접하고 난 소감? 시끄러웠던 속이 가라앉았다. 최경화노믹스가 어떻고, 청와대가 어떻고 국감이 어떻고, 통진당이 어떻고... “됐다 그래” 싶다. 150cm가 채 안된다는 이 작은 여성의 미소에서 세상의 아귀다툼을 일거에 몰아내는 긍정의 힘을 전해 받은 기분이다.

시련은 인간을 파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시련을 딛고 그 시련을 승화시키는 사람은 아름답다. 전민재는 장애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국가대표임에도 훈련장이 없어 논두렁을 타이어 메고 달렸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우직했고 원망때문에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꿈을 달성했을 땐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전민재를 만난 후 훨씬 편안한 주제에 훨씬 많은 원망만을 갖고 사는 것 같은 내 모습이 추해 보인다. 그 추한 모습이 전민재의 미소로 정화되는 느낌도 받는다.

전민재씨. 못생기다뇨? 아름답습니다! 세상에 영혼의 장애를 갖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당하게 당신이 획득한 긍정의 아우라로 영혼의 장애우들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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