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즐겁게 할 회사 공동창업…엔젤투자의 핵심"

서울 역삼동 퓨처플레이 본사에서 만난 류중희 대표/사진=전병윤 기자

"저를 즐겁게 하는 기술,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에 투자합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40)는 엔젤투자자의 투자 철학에 대해 "창업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분석을 하거나 시장조사를 하는 것보다 내가 흥분되고 재밌게 느껴지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가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창업 벤처기업을 찾아보고 내가 재밌어 하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런 심플한 기준으로 기업에 투자하고 공동 창업하는 게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류중희 대표는 2006년 모바일 영상인식과 증강현실 기술 회사인 '올라웍스'를 창업했고 2012년 인텔에 350억원에 매각해 벤처 신화를 썼다. 그 이후 스타트업(창업 벤처회사) 기업에 투자하는 퓨처플레이를 설립했고 개인적으로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며 후배 벤처기업인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전문엔젤투자자 11인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큰손 엔젤투자자로 나선다. 그가 발굴한 레진코믹스와 큐키의 경우도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


만화광인 류 대표는 만화·영화관련 파워 블로거인 필명 '레진'을 우연히 만난 게 레진코믹스 투자의 계기가 됐다. 그는 "옛날 만화는 방대한 스토리텔링과 뛰어난 연출력을 갖고 있었지만 요즘 웹툰은 대부분 포털의 방문빈도를 높이기 위해 중간부터 읽어도 가능한 단편 구조"라며 "레진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고 예전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만화가와 수요가 많다는 분석을 제시해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퓨처플레이에서 투자하고 나는 그보다 좀 더 작은 기술회사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벤처 창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류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로 기업을 창업하면 벤처기업은 곧 자신을 확장한 개념"이라며 "창업자와 회사가 분리되면 창업을 위한 창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기준을 갖고 류 대표는 전문엔젤투자자로 첫 투자 대상을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기술'과 '요리를 쉽게 도와주는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로 선정했다. 기업당 5000만원에서 1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엔젤투자자의 지분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전에 매입하는 엔젤투자 전용 세컨더리펀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은 창업초기이므로 투자금 회수 전까지 장기간 묶여 투자여력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며 "엔젤세컨더리펀드가 중간에 인수하면 엔젤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줘 미국처럼 슈퍼 엔젤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젤 세컨더리펀드에 대해선 해당 기업의 경영권 간섭을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