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회장사가…제지업계 '부글부글' 왜?

깨끗한나라 (2,280원 ▲70 +3.17%)가 제지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최근 제지업계가 가격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잇달아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 깨끗한나라의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에서 촉발돼서다.

더구나 깨끗한나라는 국내 제지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제지연합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제지업체들은 '뒷통수를 맞았다'며 속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한솔제지 (2,790원 0.00%), 깨끗한나라, 한창제지 (825원 ▼2 -0.24%), KGP (4,100원 0.00%), 무림SP (1,670원 ▲20 +1.21%), 한솔아트원제지 (1,875원 ▼5 -0.3%) 등 6개 제지업체에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2012년 4월까지 7차례에 걸쳐 컵 원지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말에는 국내 백판지 제조사들이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백판지 가격을 담합해 높게 유지하거나 인상했다는 이유에서 5개 관련 업체에 총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같은 제지업체들의 담합사실 적발은 깨끗한나라의 리니언시가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덕분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는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한 업체에는 과징금 100%를 면제해주고, 2순위로 신고한 업체에는 50%를 면제해주는 준다. 통상 업체들간 담합 사실 적발은 리니언시가 없으면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리니언시의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 운영돼오고 있다.


그러나 제지업계에서는 깨끗한나라의 이같은 행위를 두고 과징금을 면제받기 위해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비판 여론이 거세다. 담합행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더욱이 국내 제지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제지산업 발전에 힘써야 할 제지연합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는 업체가 한 행동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합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던 깨끗한나라의 리니언시가 과연 불공정행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리니언시 본래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는지 의문"이라며 "백판지에 이어 이번 컵 원지까지 연달아 리니언시를 한 깨끗한나라의 행동은 과징금을 면제받기 위한 꼼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측은 "리니언시 행위에 대해 '옳다, 그르다' 여부를 얘기하기는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깨끗한나라는 이번 컵 원지 가격 담합건에서도 1순위 신고자로 인정받게 되면 지난해 백판지 담합건 1순위 신고자 인정으로 100% 면제받은 324억1800만원을 포함해 총 388억여원의 과징금을 면제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