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로 현대차 못산다? 복합할부 문제 '결말'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이하 복합할부)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과 카드업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가 KB국민카드(이하 국민카드)에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카드업계는 여전히 수수료를 낮출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현대차-국민카드, 잇단 가맹점 계약 해지 '악연'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는 23일 국민카드에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갱신 거절'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계약 만료까지 일주일 남짓 남아 양사 협의에 진척이 없다면 다음 달부터 국민카드로는 현대차를 구매할 수 없다.

현대차는 "두 달간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재협상 요청을 했지만 국민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해왔다"며 "계약 기간을 한 달 유예해 협상을 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드 복합할부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납부하는 상품이다.


현대차는 복합할부의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크게 높고, 가맹점 수수료의 대부분이 고객혜택 보다는 판촉수수료에 지급된다는 이유를 들어 수수료 인하(1.9%→0.7%)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사들은 특정 가맹점만의 수수료만 인하할 경우, 이를 금지한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이고 카드사마저 처벌을 받는 '쌍벌죄'에도 해당한다는 논리로 맞서는 상황이다.

협상이 계속 교착되자 현대차는 지난달 말 국민카드에 가맹점 계약 기간 만료 시점을 10월 말에서 11월 말로 1개월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 측은 "2차 공문을 보냈으나 국민카드가 검토해보겠다는 의견만 되풀이하며 실질적 협상에 나서지 않아 사실상 협의를 거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다만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한다면 계약이 지속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로써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잇단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악연을 맺게 됐다. 앞서 현대차는 2011년 11월 카드사에 신용 및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다 이를 거부한 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하고 당국 및 현대차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입장 변화 없어, 법위반 못한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강수에도 여전법을 위반하면서 수수료를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법은 가맹점별로 수수료 산정에 반영하는 적격비용(자금조달·대손·마케팅 등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도입된 '신(新)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수수료를 낮출 경우, 해당 가맹점 뿐만 아니라 카드사도 함께 제재를 받도록 했다.

대형가맹점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이를 수용한 카드사 역시 당국으로부터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3개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5000만원을 물게 된다.

A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와 국민카드의 계약 해지와 무관하게 여전법을 위반하면서 수수료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협상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편 국민카드 외에도 연내 비씨카드와 농협카드, 내년 초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이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이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