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중개업계 반발에도 부동산 수수료 인하 '강행'

국토교통부가 매매가 6억~9억원, 전세가 3억~6억원 주택을 각각 거래할 때 내야 하는 중개 보수(수수료)를 현재보다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해당 구간 중개 수수료 수준을 높이려는 공인중개사들이 강력 반발, 개선안 발표와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된 공청회가 무산됐다.

국토부는 그럼에도 이번 중개 수수료 개편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공청회가 무산됐지만 일단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방청객 등을 대상으로 서면 의견수렴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이 불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토부는 23일 경기 안양 평촌 소재 국토연구원에서 열릴 예정인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 앞서 이 같은 수수료율 안을 제시했다.

방안에 따르면 주택 매매 중개 수수료율의 경우 △5000만원 미만(0.6% 이하) △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0.5% 이하) △2억원 이상~6억원 미만(0.4% 이하) 구간은 현행과 같이 유지키로 했다.

반면 고가주택 구간에 해당하는 6억원 이상 구간(0.9% 이하 협의)은 6억원 이상~9억원 미만(0.5%이하) 구간과 9억원 이상(0.9%이하 협의) 구간으로 세분화했다.


임대차 중개 수수료율은 △5000만원 미만(0.5% 이하)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0.4% 이하) △1억원 이상~3억원 미만(0.3% 이하) 구간은 현행처럼 유지하되, 3억원 이상 구간(0.8% 이하 협의)은 3억원 이상~6억원 미만(0.4% 이하)과 6억원 이상(0.8% 이하 협의)으로 이원화했다.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기타 비주택으로 구분했다. 기존 비주택 매매·임대 중개 수수료율은 모두 0.9% 이하로 협의하도록 돼 있지만, 개선안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중개 수수료율은 △매매 0.5% 이하 △임대차 0.4% 이하로 구분되며 기타 비주택은 0.9% 이하 협의로 현행 유지된다.

집값 지속 상승과 주거용 오피스텔 일반화로 15년 전 요율체계가 현실에 맞지 않아 분쟁이 심화된다는 점에서 중개 수수료 개선안을 내놓게 됐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23일 경기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공인중개사들이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23일 경기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공인중개사들이 단상을 점령하고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하지만 개선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가 공인중개사들의 반대로 개선안 발표도 제대로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공청회 시작 전부터 몰려든 공인중개사들은 '협의없는 보수개편 결사반대', '중개 수수료 인상' 등을 외치며 국토부의 중개 수수료 개선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을 절대 따를 수 없다"며 "정부가 은퇴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인중개사를 늘려 자격사들은 넘쳐나는 상황인데 중개 수수료가 인하될 경우 살길이 막막해 진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청회가 중단됐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방청객 등을 대상으로 서면 의견 수렴 후 이달 말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 관계법령을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청회에 참석한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공청회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청회를) 안하더라도 중개 수수료 체계 개선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23일 경기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공인중개사들이 "부동산 중개보수 인하 결사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23일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체계 개선 방안’ 공청회가 열린 경기 안양 국토연구원 정문에서 한 공인중개사가 상복을 입고 "부동산 중개보수 인하 결사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