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원, 출제오류 소송비 수험생 돈으로 지출"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대형로펌에 지급한 수임료 8250만원이 수능 관련 사업비에서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수험생들이 제기한 세계지리 등급결정 취소 소송에 대응해 법무법인 광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평가원은 지난해 1심(서울행정법원) 사건 2건에 3300만원씩 6600만원을, 올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사건 2건에 850만원씩 1650만원 등 8250만원을 광장에 수임료로 지급했다. 광장이 1심 수임료로 받은 6600만원 중 2200만원은 착수금, 4400만원은 승소에 따른 성공보수금이다.

평가원이 지급한 수임료는 수능시험 신청비용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구성된 대수능사업비에서 지출됐다. 평가원은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9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예산을 변경했다. 항소심 수임료는 2015학년도 예산으로 집행했다.

김기준 의원은 "수험생이 수능을 치르기 위해 낸 수능비용으로 수험생을 상대로 한 소송의 수임료를 지급한 것"이라며 "약자인 수험생들을 상대로 국민의 혈세를 써가며 쓸데없는 힘을 과시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평가원은 판결문을 분석하겠다는 입장인데, 국민과 수험생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추락한 신뢰를 찾는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수험생 4명이 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세계지리 등급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출제 오류가 맞다"며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