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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도 유가 하락 탓"...국제유가 하락 득실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입력 : 2014.10.28 11:18|조회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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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상품시장 큰손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27일(현지시간) 국제유가 기준물 가운데 하나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한때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저유가가 성장둔화 우려가 큰 세계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나라별 득실은 엇갈릴 전망이다.

◇국제유가 6월 이후 25% 추락...세계 GDP 최대 1.2%↑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0.01% 떨어진 배럴당 81.00달러를 기록했다. 107달러를 웃돌았던 지난 6월 고점에 비하면 25% 가까이 떨어졌다.

영국 런던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도 지난 6월 배럴당 115달러에서 85달러 수준으로 25% 넘게 추락했다.

유가 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에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브렌트유는 85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15달러 낮춰 잡은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이 내년 1분기 전에 배럴당 70달러, 80달러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의 지적대로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게 된 것은 수요는 주는데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당장 내전으로 휘청거렸던 리비아는 지난 9월 말 한 달 만에 산유량을 40% 늘렸고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셰일 개발로 산유량을 대거 늘리자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덩달아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저가 공세까지 펴고 있다. 북극해 유전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는 동안 유가 상승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은 유가 급락세에 놀라 석유 곳간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늘어난 공급량은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의 성장둔화가 큰 배경이 됐다. 게다가 한동안 고공행진한 유가 부담에 석유 대체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도 석유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새 자동차의 연료 소비량이 10년 전에 비해 25%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선진국의 자동차 수요가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석유시장과 다르지 않다. 석유 철광석 석탄 구리 옥수수 면화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상품지수는 이날 116.83으로 지난 4월 고점(138.67)에 비해 16%가량 떨어졌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저성장 우려가 큰 세계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예로 유가 하락은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을 늘려 소비를 자극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떨어지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0.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경제 낙관론이 확산되면 GDP 증가폭이 1.2%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앤드류 케닝험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IMF와 같은 분석을 내놨다.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하락하면 전 세계 GDP의 1%에 상당하는 6400억달러(약 672조6400억원)가 석유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이전되고 소비국이 이 가운데 절반을 소비해 전 세계 GDP가 0.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별 득실은 엇갈려..."소련 붕괴도 유가 하락 탓"
하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이해득실은 나라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러시아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무너진 게 당시 유가 하락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980-86년 소련의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년째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국제유가가 3배나 뛰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미국도 불리한 입장이다.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850만배럴로 셰일 개발을 본격화한 2010년 이후 300만배럴 늘었는데 석유 값이 떨어지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셰일석유를 생산하는 유전의 3분의 1이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함께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반미 강경책을 펴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유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크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씀씀이를 떠받치려면 유가 수준이 각각 배럴당 120달러, 140달러는 돼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안 그래도 베네수엘라는 외화준비금 급감과 인플레이션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주도로 쿠바,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 속한 남미 좌파 연합체 '볼리바르동맹'(ALBA)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큰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유가 하락으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두 나라의 공공지출에서 연료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4%, 20%에 달한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유가 하락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면 경기부양 여지도 커진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한 원인이 수요 감소라는 점에서 수출둔화로 인한 타격도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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