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물불 안 가린 '묻지마 폭로', 기업들은 냉가슴만…

송파시민연대가 롯데월드몰 5~6층 식당가 바닥에 균열이 발생한 것을 두고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문가와 함께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조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사진=송파시민연대 제공

시민 사회단체의 '묻지마 식 폭로'에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폭로의 근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사실 관계 자체가 잘못된 폭로였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더라도 이미 해당 기업은 여론의 십자포화에 만신창이가 된 뒤다. 이런 잘못된 폭로가 해당 기업은 물론 시민단체의 신뢰성까지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좀 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송파시민연대'는 최근 개장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5~6층 식당가 바닥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건물 안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해당 식당가의 바닥 균열은 1930~1980년대 서울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한 디자인 콘셉트일 뿐 구조상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월드몰 5~6층의 '서울 3080 거리'는 설계 때부터 간판도 옛스런 모습으로 마감했고 금이 간 길의 모습도 당시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바닥 마감을 1㎜인 투명 에폭시로 처리했는데, 코팅이 너무 얇아 외부 충격에 약해 표면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롯데건설의 공식 해명이다.

하지만 송파시민연대는 이 같은 해명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파시민연대는 "롯데건설 해명과 달리 투명 에폭시 처리 후 균열이 생겼고, 일부는 조각 파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말 의도된 크랙인지 시공 설계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의혹 제기는 시민단체의 도를 넘은 일방적 주장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27일부터 이틀간 현장조사에 나선 서울시는 28일 "이 바닥 균열은 건물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멘트 몰탈 부분에서만 균열이 발생했고, 하중을 지지하는 슬래브에는 전혀 균열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단체의 이 같은 앞 뒤 가리지 않는 폭로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몰 개장을 앞두고 송파구 일대 싱크홀 문제 등으로 시민환경단체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시와 전문가, 학계의 정밀검증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시민단체가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폭로에 따른 피해는 식품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식품기업은 제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시민단체의 밑도 끝도 없는 폭로로 기업 이미지에 철퇴를 맞는 경우가 많다.

2012년 일동후디스의 분유제품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지역 시민단체(환경운동연합)의 폭로가 대표적이다. 이 한 건의 폭로로 일동후디스는 이후 매출이 급락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법정 다툼에서 법원은 시민단체의 검사방법이 잘못됐고, 세슘 검출 결과도 법적 기준치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해당 시민단체가 폭로를 공식 사과했지만 이미 일동후디스는 그해 매출이 전년대비 8% 감소하며 영업적자(25억원)로 돌아서는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광동제약과 롯데칠성음료 등도 2005년 서울환경연합으로부터 음료제품에서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식품당국의 조사 결과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매출은 20% 이상 떨어졌고, 기업 주가까지 급락하는 억울한 상황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았다.

묻지마식 폭로는 단순히 해당기업의 매출만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반품 또는 리콜 비용과 기업 이미지 훼손, 고소·고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그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시민단체의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은 민주시민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장치"라며 "그러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해당 기업은 물론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의 존립 근거까지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이를 차단할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