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살 종목이 없다..테마주만 극성

지난달 하순부터 한 달 여 급락장세가 진행된 후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쏠리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사유로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온다.

29일 오전 10시50분 기준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 670위권인 씨씨에스 (3,390원 ▲10 +0.30%)의 거래대금은 120억원을 웃돌았다. 시가총액 370억원 규모의 종목이 오전 9시 개장 후 채 2시간이 안되는 시간 동안 기록한 거래대금이다. 씨씨에스의 거래대금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인 셀트리온의 같은 시간 거래대금(47억7000만원)의 2.5배를 웃돈다.


시총 순위 300위권인 휘닉스소재 (1,021원 ▲2 +0.20%)의 현재까지 거래대금도 179억원으로 시총순위 12위인 서울반도체(1조1369억원)의 거래대금 1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휘닉스소재, 씨씨에스보다도 적은 거래대금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무려 8개사에 이른다.

이들 종목은 최근 '반기문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휘닉스소재는 이 회사의 홍성규 회장이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북도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각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다.

거래대금은 많지 않지만 보성파워텍 (2,950원 ▲50 +1.72%)의 동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소식에 급등한 보성파워텍은 이날까지 사흘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보성파워텍의 현재까지 거래대금은 15억원에 불과하지만 상한가 매수주문을 내놓고도 물량이 나오지 않아 미처 체결되지 못한 물량(상한가 매수잔량)만 2109만주에 이른다. 보성파워텍 상장주식 총 수(3074만여주)의 68.6%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에는 다소 잠잠하지만 '에볼라 테마주'도 지난 한 달간 급락장세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던 종목군이다. 콘돔 제조사 유니더스 (955원 ▼7 -0.73%), 에볼라 백신치료제 개발사 진원생명과학 (2,420원 ▲20 +0.83%), 에볼라 분자진단키트 개발사 바이오니아 (29,900원 ▲50 +0.17%), 금융솔루션 업체 큐로컴 (770원 ▲50 +6.94%), 마스크 제조사 케이엠 (4,280원 ▲35 +0.82%), 제약사 일양약품 (13,870원 ▼40 -0.29%) 등이 에볼라 테마주로 꼽히는 이들이다.

이달 들어 전일(28일)까지 18거래일간 이들 6개 에볼라 테마주 거래대금 합계는 1조810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대금(42조2600억원)의 4.28%에 달한다. 6개사의 최근 급등락을 모두 반영한 시가총액 합계가 9700억여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합계(144조2900억여원)의 0.7%도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마주 열기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 테마주가 이처럼 극성을 부린 이유는 한 달간 지속된 급락장세에서 뚜렷한 반등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 결과에 대한 우려,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발표될 양적완화 종료 관련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제기되며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우리 증시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2035.64에서 한 때 1900.66까지 6%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달 하순 570선에서 이달 중순 530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대외불확실성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지만 아직 3분기 실적시즌이 한창이다. 우리 상장사들에 대한 실적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경기민감 업종 대형주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증시는 다시 출렁였고 좀체 반등의 기미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유로 주가만 급등하는 테마주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낸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결국 실적에 수렴한다"며 "테마에 좌우되지 말고 해당종목의 실적이 어떤 흐름을 보여왔는지 뜯어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