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재밌다, 외롭지 않아요" TV보는 반려견 2만 시대

#직장인 최모씨(39세·여)는 얼마 전까지 아침 출근 때마다 집에 혼자 남는 반려견 '사랑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퇴근 때까지 돌봐주거나 놀아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 '사랑이'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다른 개를 한마리 더 키울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커 포기했다. 고민 끝에 최씨는 최근 반려견이 집에서 볼 수 있는 유료방송 TV채널에 가입했다. 낮 시간에 개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TV 보는 개'가 늘고 있다. 주인이 보는 TV프로그램을 영문도 모른 채 바라보는 게 아니다. 개를 위해 제작된 개 전용 TV채널을 보면서 화면과 소리에 반응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CJ헬로비전에서 국내 처음 방영을 시작한 'DOG(도그)TV' 가입자가 8개월만에 1만5000가구를 넘어섰다.

'도그TV'란 애완동물전문가, 동물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제 반려견들이 느끼는 감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채널. 이스라엘의 PTV미디어가 2010년 개국해 미국, 이스라엘에서 방송에 나섰고 지난 2월 CJ헬로비전이 송출에 나서면서 국내에도 첫 선을 보였다.

'도그TV'는 1개 채널 이용료가 월 8000원(부가세 별도). 고가의 이용료 때문에 시장성 우려가 있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1인·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잇달아 채널 서비스에 나섰다.


티브로드, HCN, SK브로드밴드에 이어 이달에는 KT 올레tv가 '도그TV' 송출을 시작했다.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도 이날 '도그TV'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연말이면 가입자가 2만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박종욱 LG유플러스 IPTV사업담당 상무는 "최근 '도그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채널 편성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도 많았다"며 "국내 1인 가구와 애견 인구의 증가에 호응해 편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애견관련 시장 규모/자료=업계

실시간 24시간 방영되는 도그TV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애완견들을 위해 방영 프로그램의 색상변환 과정을 거친 게 특징. 시각적 보정과 함께 소리와 주파수도 개들의 민감한 청각에 맞췄다.

유동균 도그TV 대표는 "반려견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편성했다"며 "부드러운 음악이나 영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고, 다른 개나 움직이는 물체들을 보여줌으로써 적절한 자극과 경험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국내 가구는 1000만 수준. 반려견과 관련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반려견 전용채널 외에 애완인을 위한 정보문화채널 등 관련 채널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급증하고 있지만, 주인이 일을 나간 동안 집에 혼자 남는 애견들은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애견인구가 많아지면서 방송 등 IC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관련 산업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반려견을 위한 IPTV 채널 ‘DOG TV’를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LG 유플러스TV 채널 ‘89번’을 통해 월 8000원(부가세 별도)으로 이용할 수 있다./사진제공=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