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서 온 쪽집게선생님, "수수한 사람이 수십조 자산가"

롯데백화점 중국 텐진 동마로점 왕옌롱 서비스 총 책임자가 한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커 고객 대응 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욕망에 집중하세요. 유커들은 일정한 소비 패턴이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그 성향부터 바로 알아내세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11층 강의실에 판매 직원들이 모여 들었다. 롯데백화점 중국 톈진 동마로점의 서비스 총 책임자 왕옌롱(38·사진)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왕씨는 중국 텐진의 이세탄백화점에서 10여년간 고객 서비스 업무를 해오다 지난 2011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왕씨는 강의 내내 매장에 들어오는 유커들의 특징부터 단번에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저우와 선전은 같은 광동성에 있지만 언어나 소비자 연령층 등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해외여행을 시작한 유커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여서 다양한 성향의 고객들이 공존하는 현실도 꼼꼼히 분석했다. 1세대 유커는 제품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급 명품을 구입한다면, 2세대 유커는 인터넷과 SNS 등에서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쇼핑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 2세대 유커의 경우 중국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특별한 상품을 선호하는 '특별파'와 중국보다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실속파'가 있다는 것이 왕씨의 설명. 특별파 유커는 희소성 있는 브랜드와 상품을, 실속파 유커는 중국에서 비싸지만 한국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추천해야 좋아한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왕씨는 또 "한국 브랜드인 점, 같은 제품이어도 중국보다 싸다는 점, 안전한 식품.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김수현, 이민호, 전지현 등 인기 한류스타들이 입었던 옷,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판매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70%가 지인의 선물을 구매한다는 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비법도 알려줬다. 선물이 필요한지 물어보거나 방금 산 것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추천하면 추가 구매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왕씨는 "수십억, 수조원대 자산가지만 수수한 차림의 중국인이 많은 만큼 유커를 응대할 때 외모로만 평가해선 안된다"며 "모든 중국인들을 행동이 느린 '만만디'로 치부하지 말고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매장에서는 무조건 빨리 응대해야 한다"고 주의사항도 밝혔다.

이날 강의를 들은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남성복 브랜드 매장 직원은 "세트 상품을 만들어 추가 구매를 유도 해야겠다"며 "한류 스타와 드라마를 활용해 상품이나 세트 이름을 짓는 시도도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중국 현지 직원을 초청해 국내에서 쪽집게 영업 과외(?)를 진행한 것은 점점 늘어나는 유커 고객 서비스 품질과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의 중국인 매출(은련카드 기준)은 2012년 5%에서 지난해 10%로 증가한데 이어 올 상반기 현재 16.5%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