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상승 국면?…낙관은 금물

코스피시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3주째 이어지던 1900~1930 구간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29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사자'에 나서며 3주 만에 코스피지수가 1960선을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은 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한국전력 자사주 시간외매매가 있었던 지난 24일 제외하면 이달 들어 최대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5.49포인트(1.84%) 상승한 1961.17로 장을 마쳤다. 이달 들어 최고치인 2%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조선, 화학, 금융, 건설, 증권, 소비자유통, 철강, 운송 업종이 나란히 오르며 강세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시장 강세는 해외에서 불어온 훈풍과 주요 기업의 호실적에서 비롯됐다. 코스피지수는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가 주요 기업 실적 호조로 상승 마감한 영향을 받아 강세로 출발했다.

이어 장중 LG전자 (91,800원 ▼700 -0.76%), LG이노텍 (188,700원 ▼8,000 -4.07%), 한국타이어 (63,100원 ▲3,100 +5.17%) 등이 실적을 발표하며 강세장을 견인했다. 전일 장 종료 뒤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 (41,050원 ▼1,100 -2.61%)도 이날 7% 이상 급등했다.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와 삼성전기 (148,500원 ▼3,500 -2.30%), 삼성중공업 (8,760원 ▼300 -3.31%), 삼성테크윈 (211,000원 ▲1,000 +0.48%) 등 최근 낙폭이 컸던 삼성그룹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이번주 국내 증시는 관망세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이번주 비교적 잠잠했다.


이날은 달랐다. 글로벌 증시 호조 영향뿐 아니라 FOMC 결과 발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FOMC에서 양적완화를 종료하더라도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발목을 잡았던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서 접어들면서 그동안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반등 시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인식도 확산된고 있다.

그럼에도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이미 드러난 재료긴 하지만 미국 양적완화 종료가 미치는 영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프랑스 적자 예산안 승인 여부도 미지수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불안 요소는 국내 기업의 4분기 실적이다.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미국과 유럽 증시 상승을 통해 국내 증시에도 심리적 안정이 생기면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한 것 같다"며 "다만 아직 국내 증시의 변화를 이끌 만한 내부적인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막연하게 1900선이 바닥이라거나 주요 이벤트가 끝나면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은 위험할 수 있다"며 "국내 주요 기업의 영업환경이나 이익 규모 변화를 이끌 만한 확실한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조심스런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은 이날 11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850~1980으로 제시했다.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 삼성SDS 상장과 관련된 지배구조 이슈 등이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대응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 이후 미국이 매파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 코스피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거 같은데 계속 오르기보다 지금 수준에서 혼조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FOMC에서 미국이 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 정도의 강한 멘트가 나오지 않을 거 같고 유럽도 경기부양책에 대해 미적거리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가 섣불리 상승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