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강한 삼성, 약한 네이버…시사점

30일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를 필두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았고 삼성전기 (147,800원 ▲4,600 +3.21%)도 적자로 전환하는 등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이날 오전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9.6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05%가 줄었다. 올 2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9.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5%가 줄었다.


반도체 부문은 그나마 선방했으나 IM(IT&모바일) 부문의 실적부진에 소비자가전(CE) 부문까지 죽을 쓰는 등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기 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보면 매출 1조7217억원, 영업손실 691억원 등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기의 올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2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내놓은 바 있다.


삼성SDI (419,500원 ▲12,500 +3.07%)도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데 역시 예상치에 대한 컨센서스가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는 강한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4만4000원(3.89%) 오른 117만4000원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1550원(3.44%) 오른 4만6550원이다. 삼성SDI 역시 1500원(1.3%)오른 12만4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3인방의 강세가 시사하는 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가격메리트가 있다. 이들의 주가는 연초대비 20~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대장주의 위신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낙폭이 컸고, 다른 시가총액 대형주와 비교해도 약세가 두드러졌다.

큰 반등이 이뤄지면 바닥이 깊어야 한다는 증시 격언과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또 다른 강세 요인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급락국면에서도 외국인 매수가 쉼 없이 유입됐다.

시장이 함께 하락할 때는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안전판이 되지 못했지만, 일단 하락이 진정되고 반등하는 국면에서는 이들의 수급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또 하나 중요한 투자포인트는 '배당확대 가능성'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주주 여러분의 니즈 등을 파악해 2014년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배당 내용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회사와 경영진 모두 경영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주요 전략 대응을 통해 경쟁력과 실적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배당확대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 미칠 파급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 배당확대에 관한 방침을 밝힌 만큼 삼성전자의 이런 입장표명에 주목할 상장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LG그룹은 물론 SK와 한화 등 주요 그룹사들도 이를 주의 깊게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 전기 SDI의 주가강세는 이런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날 또 하나 주목할 종목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이날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직 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는 전날보다 3만2000원(4.11%) 하락한 74만70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 (183,800원 ▲3,700 +2.05%)의 연결재무제표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1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0% 증가했고 매출액도 7000억원으로 22.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1537억원으로 90.2% 감소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있으나 일단 라인 등의 성과로 해외 매출실적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3%로 230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0%, 전 분기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는 전날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환원을 위해 향후 3개월간 26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등에 비교해보면 네이버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고 주주정책 역시 한발 앞서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약세를 보이는 요인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일단 현재 주가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격메리트가 생긴 삼성전자에 비해 네이버는 최근 급락장에서도 크게 빠지지 않았다. 현재 주가는 아직도 연초 72만5000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최근 주가급락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의 메리트가 있었던 다른 종목에 비교하면 부담감을 주기 충분한 요인이다.

여기에 최근 수급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외국인들은 하루 평균 4만~5만주 가량을 팔고 있다. 물론 기관들이 순매수로 대응하고는 있지만, 일단 수급적인 측면에서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실적이 안 좋아도 반등하는 삼성전자, 그리고 반대의 케이스이면서도 주가가 하락하는 네이버를 비교하면 최근 시장의 장세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알 수 있다.

성장성이나 실적에 대한 평가보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높은 종목은 팔고, 일찍 조정을 받은 종목은 매수해 들어가는 일종의 '롱-숏' 전략에 대한 선호심리가 시장 전반에 펼쳐져 있음을 시사하는 게 삼성과 네이버의 이날 주가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