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독립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 일률적 구조조정 오히려 경쟁력 깍는다"

[전문가 좌담] - 해외에너지·자원개발 정상화 및 내실화를 위한 정책 방향


-사회 : 머니투데이 김준형 부국장/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패널 :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 박형동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학균 포스코 원료실 상무,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임시종 SK E&S LNG사업개발본부장, 최병구 한국석유공사 석유개발기술원장(가나다순)

24일 서울 서린동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해외에너지·자원개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해외에너지·자원개발 정상화 및 내실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게 해외자원개발은 생존과 직격되는 문제다. 일관적 정책기조를 가지고 해외자원개발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에너지·자원개발, 길을 찾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자원개발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24일 서울 서린동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에너지·자원개발산업의 정상화 및 내실화를 위한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특히 에너지·개발산업의 특성상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정책비전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컨트롤타워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했다. 최근 진행 중인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관 관련해서는 일률적 가이드라인에 의한 구조조정은 오히려 경쟁력을 깍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사진=임성균기자

-사회=1977년 첫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이후 37년간의 성과를 평가해보자.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1, 2차 오일쇼크 겪고 1970년대 후반부터 해외자원개발이 시작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7개국에서 536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자원개발률이 석유·가스분야는 13.6%, 광물분야는 33%로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와 SK, 포스코 등 민간기업들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자원을 확보하자는 방향성은 설정이 돼 있지만 정책이 삐뚤삐뚤, 왔다갔다한 적도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좌표를 한번 설정해봐야 되는 시기가 아니냐'에 대한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사회='자원전쟁'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현장에서 보는 우리나라 에너지·자원확보 전략은 어떤가.
▶신학균 포스코원료실 상무=민간기업을 기준으로 일본, 중국을 상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자본력 등 열위에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 전체의 해외자원개발 규모가 외국의 메이저나 중간 이상 되는 한 기업 규모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신학균 포스코 원료실 상무./사진=임성균기자

-사회=이명박정부의 자원개발 전략에 대해 '정부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이명박정부가 일방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2004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1.5%였다. 이건 산업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런 것을 참여정부에서 지난 정부까지 14%로 끌어올렸다. 14%라는 의미는 적어도 자원개발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전방위 자원외교'라는 표현처럼 비효율적 자원투자는 부정적인 측면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원외교의 중심이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 중심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러다보니 후속 조치도 잘 안됐고 공공부문에서도 과잉된 투자를 회피할 수 없는 압력을 받았다. 이 때문에 중요한 사업인 자원개발산업이 국민적,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너무 확산시키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자원개발을 정부 주도형으로 가는 것은 규모가 커야 한다. 확률게임처럼 5개 사업해서 5개 다 실패하면 망하게 된다. 적어도 100개 사업은 해야 확률적으로 10개를 성공하면 나머지 90개 실패한 걸 보전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정부의 대형화 정책의 방향성은 맞았다. 다만 장기적 플랜이 없었다. 탐사사업 등을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10년 뒤를 미리 감안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너무 단기간에 생산사업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전략을 썼다. 5년 뒤의 플랜이 없던 것이다. 지금 내실화하겠다고 하는데 핵심은 기술인력 양성이다. 하지만 탐사 등 실제 운영하는 사업이 적다보니 인력 양성이 또 어렵다. 모두 장기적인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임시종 SK E&S LNG사업개발본부장./사진=임성균기자

-사회=현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임시종 SK E&S LNG사업개발본부장=현재 해외자원개발에 부정적 기류가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민간기업도 결국 속해있는 국가나 제도 등의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SK의 경우에도 북미지역의 셰일가스를 화두로 던진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실행 계획이 구체화된 게 거의 없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자원개발은 기본적으로 대형화가 절대적 경쟁력 우위를 갖는 기반요소다. SK도 국내에서는 큰 기업군이 될지 모르지만 세계 자원개발 분야에서는 인지도 혹은 경쟁력 측면에서는 큰 기업과 상대하기 벅찬 게 현실이다. 개별 기업들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민간기업의 희망이다.

-사회=민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신 상무=민간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다보니까 거기에 반하는 투자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세계경제 시황을 보면 민간기업이 자원개발 투자에 끼어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관점에서 비슷한 시각에서 종합상사를 자원개발의 한 축으로 만들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미쯔비시 등 대형종합상사들 전체 자산의 20~40%가 자원개발에 투자한 자산이다. 세계 자원개발 시장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경우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 종합상사들이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 본부장=우리나라의 경우 공기업과 사기업이 같이 성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공공부문은 양적, 질적 성장을 해 왔는데 민간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공공부문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1980년대 초반에 SK뿐 아니라 몇몇 기업들이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외환위기 때문에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렸다. 현재까지 민간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사진=임성균기자

-사회=현재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구구조정이 진행 중이다.
▶김 연구원=지금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게 일괄적 부채비율 가이드라인과 시한을 명시한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이다. 공기업한테 이렇게 가이드라인 주면 결국 우량자산까지 매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광구자산 가격이 내려가 있는 시점에서 팔아야 하는 게 맞는가는 고민해봐야 한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금처럼 부채비율이나 경영지표 중심에서 벗어나 핵심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20대 공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1%가 안 된다. 이것을 바꿔서 핵심역량 강화하도록 하는 게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다. 거시지표만 가지고 구조조정하면 과거 비효율적 투자의 똑같은 형태의 똑같은 형태의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 정책관=지적한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융통성이 필요한 것은 맞다.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가능성 낮은 사업 중심으로 팔자, 즉 내실화 하자는 입장이다. 이제 내실화 없이는 한 단계 더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일률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최소화 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투자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투자할 때 의사결정이 제대로 되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 투자가 이뤄지고 잇는 중간중간마다 평가를 해보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마지막에 출구전략이 가장 중요한데 기관장 페널티를 주어지면 아무도 자산매각 안한다. 외부 의견을 받아서라도 출구전략을 펼칠 수 있게 하고 그 경우에 페널티를 받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처럼 단계별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게 숙제가 아닌가가 한다.

최병구 한국석유공사 석유개발기술원 원장./사진=임성균기자

-사회=직접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석유공사 입장은 어떤가.
▶최병구 한국석유공사 석유개발기술원장=공사는 현재 정부의 자본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으로서 민간기업 토양을 만들어 주는 등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공사의 대형화는 2008년부터 시작해서 2010년 다 완료했다. 대형화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자산과 더불어 기술인력이다. 정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성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하베스트의 경우 인수하면서 수평정 기술자들 확보했다.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 기술이다. 미국 앵커는 멕시코 쪽 해안이 개방되면 전진기지될 것이다. 영국 다나는 기술자들이 다 BP 출신이다. BP의 고향은 사실 중동이다.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사가 M&A한 결과에 대해 매장량, 생산량 뿐 아니라 기술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측면이다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현재 매각하는 자산은 2008년 시작했던 대형화와 연계한 PMI 과정에 이미 계획됐던 내용이다. 전체 공기업 부채비율 관리계획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M&A 이후 안정화단계를 거쳐 매각하기로 했던 자산들이다.

-사회=에너지·자원 강국을 위해 우리나라가 가야하는 길은 무엇인가.
▶박형동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앞으로 일관된 정책기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은 정부가 꾸준하게 가고 있는데 자원개발에 대해서는 굴곡이 심하다. 특히 광물분야의 경우 아직도 1900년대 초반의 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런 부분을 첨단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교육과정 바꿔가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보니 정부와 민간의 연구비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가 주도해서 키워드를 던져주면 좋겠다.

박형동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사진=임성균기자

▶최 원장=석유산업의 특성상 시간에 대한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짧은 시점에서 살펴보면 사업의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보일 수 있다. 정책적으로 사업의 성과가 나올 때 까지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공사가 1987년부터 1995년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10공을 시추해 모두 실패했다. 9년간 실패한 모든 자료 분석해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말 어렵게 시추, 지금의 동해-1 가스전을 발견했다. 2004년 상업생산 시작해서 돈이 연간 1억달러로, 올해까지 총10억달러가 넘는다. 손해 본 시점에서 사업을 멈췄으면 1억달러 손해로 끝나는 것이었다. 이것이 석유산업 업스트림(상류부문)의 본질적 내용이다. 외국 메이저도 통상적으로 실패율이 70%다. 나머지 30% 성공한 걸로 실패한 것의 몇 배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돈 이외에 시간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신 교수=현정부에서 내실화를 꺼냈는데 정책 방향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자원개발이라는 것이 시작하면 5년간은 수익 없이 돈만 들어간다. 수익은 5년, 10년 뒤에 나오는데 부채가지고 컨트롤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 나온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조정해야 한다. 현재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의 일관성 없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독립적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외풍이 없이 장기적 플랜을 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기업 입장에서 보면 프레임이 딱 짜여 진 상태에서 목표를 주면 모든 사람이 거기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을 단기 평가성으로 지표를 만들게 되면 일을 안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원개발의 라이프사이클을 잘 이해하실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짜서 그걸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지 않으면 앞으로 희망이 없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 자원개발이 지속가능하게 돈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걸 공기업이 보여주면 민간기업도 따라가게 되고 선순환하는 구조가 갖춰질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사진=임성균기자

▶김 연구원=석유·가스분야만 봐도 정유·가공·수송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세계 톱클래스다. 가공산업 기술경쟁력이 이미 선진국이다. 문제는 자원가격이 하락해 제품가격이 떨어지다보니 경쟁력의 핵심이 원료가 됐다는 것. 우리나라는 원료와 관련된 업스트림 산업구조가 너무 취약하다 보니까 다운스트림의 경쟁력마저 떨어뜨릴 상황이다. 자원개발은 다양한 구성 주체들이 필요하다. 투자기업, 금융조달, 기술, 전문인력, 서비스기업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과거 정책의 중심은 금융 중심이었다. 이에 따른 비효율을 우리가 충분히 겪었다. 앞으로는 다양한 구성 주체들이 어떻게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박 정책관=지난 정부에서 방향성은 맞지만 전략 미흡하지 않았나하는 지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성을 좀 많이 하고 있다. 단기적 성과를 좀 냈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지 안았나한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M&A를 많이하면서 부족했던 기술이나 인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발표한 제5차자원개발기본계획을 보면 앞으로 10년간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의 협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원외교도 국가마다 전략적으로 특성화해서 노력을 많이 할 계획이다. 지금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10보 전진을 하기 위한 1보 후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자원개발의 큰 흐름이 원래 당초 생각처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도도 만들고 정책도 만들고 민간 의견도 수렴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