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표준계약서 마련해 영화업계 ‘슈퍼 갑’ 힘 뺀다

머니투데이

양승희 기자

# 영화감독 A씨는 대기업 투자사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지만 투자사로부터 ‘판권’을 돌려받지 못했다. 투자사가 영화 판권을 영구 관리하는 관행 때문이다. A씨는 영화가 개봉한 지 5년이 지나면 판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창작자로서 권리를 갖지 못해 상실감이 크다.

영화업계에서 ‘슈퍼 갑’으로 통하는 투자사의 힘을 빼고 제작사와 스태프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발표한 ‘영화 제작 및 투자, 수익분배에 관한 표준계약서(투자표준계약서)’를 통해서다.

그동안 한국 영화의 제작비 조달 및 수익 배분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투자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합리한 계약과 불평등한 정보 제공 등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산업에 공정한 투자와 수익 배분 관행을 정착시키고자 지난 6월부터 영화 제작 관련 협회 및 단체, 배급사, 투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투자표준계약서를 제정했다.

투자표준계약서는 △용어의 정의 △투자사·제작사의 권리와 의무 △총제작비의 집행 및 관리 △수익 정산 및 분배의 원칙과 방법 △저작재산권 등으로 구성됐다.

여태껏 투자사들이 영구적으로 가져가던 독점적 수익 창출 기간을 제한하고, 5년마다 수익분배 대상자들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했다. 또 투자사가 제작사에게 지급하는 순이익 배분 기준을 40%로 명시하고 개별 합의에 따라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작사의 권리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이외에도 29일 3차 노사정 협약에서 도입된 ‘영화근로자 임금 별도 관리제도’와 순제작비에 4대 보험료를 포함시키는 등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규정도 도입됐다.

문체부는 “앞으로 영화 산업의 공정환경 조성과 스태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