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절감’ 中 전동차의 유혹…국내 업계 ‘반발’

지난 5월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가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하자 양천구 신정동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에서 정비사들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메트로가 신규 전동차 200량 구입에 중국 업체를 유력 후보로 올리자 국내 철도차량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메트로 입장에선 저가의 중국 업체가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 국내 업계는 영세 중소기업들에 타격이 크다며 항의 집회까지 열었다.


30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와 서울메트로 관계자, 시의원 및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국 방문 시찰단은 내달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 간 중국 최대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CSR과 CNR을 방문키로 했다.

이는 서울메트로가 전동차 구매를 위한 국제입찰공고를 내기 전에 중국 업체의 공장 등을 방문해 기술과 안전성, 시스템 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철도차량업계가 중국 전동차를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차량공업협회 회원 150여명은 30일 오전 11시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전동차가 들어올 경우 국내 철도산업에 종사하는 다수 영세 부품기업들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의 주장은 중국 철도시장이 외국업계 진입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부품업체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것. 그런 까닭에 입찰에 상호시장을 개방한 국가들만 참여시키거나, 입찰조건에 국내부품을 절반 이상 사용하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전동차의 안전 품질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CNR에선 이미 지난해 한국에 와서 자사 PR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별도 규제가 없어 중국 전동차가 들어올 경우 국내시장이 뺏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중국 업체를 선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보가 없어 수집 차원으로 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미리 업체 5~6군데를 방문해 전동차 기술과 편리성, 편의시설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메트로는 중국 전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선택의 주요 요소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 전동차 가격은 1량 당 국내 업체에 비해 1~2억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량 기준으로 200억원 이상 아낄 수 있는 수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아무래도 나은 편"이라며 "최근에 미국에도 6000억원 가량의 수출이 결정됐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는 중국 업체 시찰을 마치고 내달 중순께 국제경쟁입찰 방식을 검토 후 전동차 구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제경쟁입찰로 실시될 경우 국내 업체인 현대로템뿐 아니라 중국 CSR·CNR, 일본 히타치 등도 참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