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벤처스 투자 설명회,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가 지난 30일 역삼 마루180에서 '라쿠텐벤처스 초청 투자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사진=이해진 기자

"저는 스타트업을 안 할거에요. 기술 기반의 경력이 없다면 IT 기술창업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스타트업을 한다면 어떻게 시작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IT 창업에선 그만큼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안 파트너는 "IT 창업은 확실한 엔지니어 기반 기술이 있어야 초기에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성공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아시아태평양, 미국, 이스라엘 지역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라쿠텐벤처스가 역삼 마루180에서 '라쿠텐벤처스 초청 투자사와의 대화'를 열었다. 라쿠텐의 벤처펀드를 총괄 운용하고 있는 안세민 매니징파트너가 한국 스타트업 100여명과 만나 라쿠텐벤처스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홍보 없이 페이스북과 온오프믹스만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 알려졌다. 라쿠텐벤처스 포트폴리오 기업인 스타트업 '이스트몹'이 페이스북과 온오프믹스에 라쿠텐벤처스 설명회를 공지했고, 곧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타고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의 VC
(벤처캐피탈)가 한국에서 설명회를 연다는 소식이 퍼졌다. 온오프믹스로는 개설 2일 만에 100명이 참가 신청을 해왔다.

'투자사와의 대화' 답게 2시간 동안 현장 질문과 트위터를 통한 실시간 온라인 질문이 활발히 오갔다. 안 파트너는 "한국에서는 VC와 많은 대화를 할 기회가 없다고 들었다"며 스타트업들에게 대화와 질문을 독려했다.


스타트업들의 질문은 라쿠텐벤처스의 투자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첫 질문이 나왔고 안 파트너는 "무엇보다 '기술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전에 실패를 했었는지, 대출을 받았었는지에 대한 부분 보다는 그 회사가 핵심기술이 있는 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맨 파워(Man power)도 본다"고 부연했다.

이어 "금전적 투자 외에 스타트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기서 리얼타임으로 평가를 받겠다"며 자신이 투자한 이스트몹의 창업가들을 무대로 불러내기도 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강수혁 이스트몹 이사는 "파트너님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 데이터 인프라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파트너님이 곧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엔젤로 연결시켜줬다"고 말했다.

안 파트너는 "제가 구글 출신이어서 각 분야에 뛰어난 개발자, 기술자분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다"며 "스타트업이 기술적인 도움을 필요로할 때 이들을 적재적소에 매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은 "혼자 투자를 전담해 투자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을텐데 어떤 스타트업 발굴 과정과 단계를 거치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파트너는 "관심 있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6개월 이상 지켜본 뒤 먼저 찾아간다"고 말했다. 안 파트너는 "투자 심의과정은 간단하다"며 "스타트업에 앞으로 3개월, 6개월 후 계획에 대해 묻고 이를 기록해 두었다가 실제로 3개월, 6개월 뒤 계획을 이행했는 지 점검한다"며 "이보다 중요한 심의과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윤식 이스트몹 대표는 "VC에 메일을 보내면 보통 답장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라쿠텐벤처스는 먼저 연락을 해와 처음엔 반신반의 했다"며 "그러나 안 파트너님이 우리 서비스를 오랫동안 지켜봤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또 안 파트너는 "PPT(파워포인트) 제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말라"며 "20시간을 PPT 제작에 썼다면 이제부터는 그 시간을 반으로 줄여 나머지 10시간은 VC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부하고 나에게 맞는 투자자를 찾아, 투자유치 확률을 높이는 데 쓰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안 파느너는 "투자금은 관광 하라고 주는 돈이 아니다"라며 "관광하듯 이리저리 방향을 찾는 데 허비할 돈이 아니라 정확히 방향을 잡은 뒤 목표지점을 향해 빠르게 도달하는 데 사용할 연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윤보람 디어기프트 대표는 "해외 VC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라쿠텐이 초기기업에 어떻게 투자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마이쿤의 최혁준 부대표도 "국내에서는 고벤처포럼 외에 스타트업이 VC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라쿠텐벤처스가 투자 뿐아니라 네트워크 지원에도 강하다는 것을 알게 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역삼 마루180에서 '라쿠텐벤처스 초청 투자사와의 대화'가 진행됐다/사진=방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