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불평등' 헌재 결정, 판단 근거는?

지난 30일 헌법재판소는 김모씨 등 유권자 160여명이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역표'를 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사진제공=뉴스1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간 인구차이를 현행 3:1에서 2:1로 법 조항을 바꾸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여파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법 개정 시한은 내년 말까지인데요. 2016년 20대 총선 시기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모두 62개 지역구가 분구·통합 대상이 되는 만큼, 전면적인 선거구 재획정은 물론 선거제도 개편 논의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구편차 2:1로 변경해야, 투표가치 불평등"

선거구 획정을 결정짓는 인구편차 기준은 지난 20여년간 조금씩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지난 1995년 헌재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 선거구역표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적 있는데요. 그때 헌재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4대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2001년에는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1로 낮추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현행 기준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당시에도 헌재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2대1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말을 언급함으로써 필요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지난 30일 헌재는 김씨 등 유권자들이 공직선거법 25조 2항에 의한 선거구역표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해 3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해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가져온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 1:3은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2:1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입니다.

현행 법 조항대로 하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 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 수가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또 인구 편차의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 추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권의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데요.

이 때문에 헌재에서는 기존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소수 반대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지역 대표성의 필요가 강조된 부분인데요.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투표 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설령 법률을 개정하더라도 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상황이라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 수만 증가할 뿐 지역 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 의원 수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정치권 들썩'..내년 상반기까지 법 개정 서둘러야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분할 또는 통합해야 할 선거구가 62곳에 이를 정도라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그야말로 대대적인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수도권으로 정치 집중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되었는데요. 인구비례를 따르자면 농어촌 소도시의 국회의원 수는 확 줄고, 수도권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현재 광주광역시의 인구는 2012년 1월 기준 146만여명으로 대전광역시의 151만여명보다 적은데도 선거구 수는 8곳으로 대전보다 2개가 많습니다.

충청권 인구도 2013년 10월 기준 526만여명으로 호남권 인구 525만여명보다 많은데도 충청권 선거구는 25개로 호남권 선거구 30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이 개정되면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겠죠. 따라서 지역대표성을 위해서는 현행 선거구제도를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중대 선거구제도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 농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전체적인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지도 덩달아 논의 대상에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법 개정' 논의가 시급합니다. 여야 교섭단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20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출마자들이 미리 준비할 여유를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선거구 재획정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