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안물어요"? 국내1호 애견유치원 가보니…

30일 오후 1시 애견 유치원 퍼피스쿨에서 예절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갓 3살이 된 클라라는 이른 아침부터 스쿨버스에 오른다. 엄마 품을 떠난 아쉬움도 잠시, 유치원에 도착하면 단짝 친구 행복이와 붕붕이가 반긴다.


오전 10시 출석체크를 하고 시간표에 따라 1교시 '사회활동' 수업을 받는다. 재밌는 수업을 받고 신이 난 클라라는 낮잠 시간에도 잠꾸러기 바니에게 놀자며 연신 장난을 친다.

장난끼 가득한 클라라도 2교시 '기본예절' 수업에서는 진지한 모습이다. 선생님이 간식을 꺼내 오자 들뜬 모습으로 달려들었지만 선생님의 '앉아'라는 외침에 다소곳해졌다.

3교시는 클라라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 시간. 친구들과 친절한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신나게 뛰어 논다. 모든 수업을 마친 클라라는 깨끗하게 씻은 후 다시 스쿨버스에 오른다.

'애완견' 클라라는 즐거운 유치원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엄마 품으로 돌아간다.

지난 30일 찾은 서울 서초구 역삼동의 애견 유치원 '퍼피스쿨'. 유치원 안에서는 강아지 15마리가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지욱 퍼피스쿨 원장의 품에 안겨 밖으로 나온 클라라는 낯선 이를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바로 애교를 부리기도 해 '참 잘 배웠다'는 인상을 줬다.

전 원장은 "어떤 애완견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으르렁거리고 심지어 물기도 하는데 이는 애완견들이 주로 가족이랑만 지내면서 사회성이나 예절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반려견 문화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강아지도 예의를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 어릴 적부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퍼피스쿨 2번째 원장으로 5년 동안 일본에서 애견 관련 유학을 다녀온 애견 교육 전문가다. 3명의 선생님도 모두 애견훈련사자격증을 갖춘 전문 트레이너다. 이들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은 물론 강아지에 따른 맞춤형 교육도 실시한다.

'퍼피스쿨'에 다니는 3개월된 강아지 클라라가 전지욱 원장 손에 발을 올리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수업은 주로 '사회성'과 '기본예절'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사회성'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들과 다양한 놀이를 통해 강아지들만의 언어를 학습하고 사회성을 습득한다.

전 원장은 "같은 강아지끼리 노는 것은 사람이랑 노는 것과 엄연히 다르며 강아지에게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며 "그런데 애완견이 주로 집에 혼자 있다 보니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이런 건 사람이 가르쳐줄 수 없기 때문에 강아지들끼리 어울리며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 예절' 수업 시간에는 '잘했어', '안돼' 등 사람과의 소통에 필요한 언어와 예절을 학습한다. 이외에도 배변 훈련, 산책 훈련, 음악감상, 유치원에서 개발한 다양한 놀이 등을 진행한다. 여름에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도 하고, 스파나 간단한 미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은 원생들 일과가 담긴 '알림장'을 직접 작성한다. 반려견의 모습이 궁금한 주인들을 위해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실시간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퍼피스쿨은 국내 1호 애견 유치원이다. 8년 전인 2006년 초대원장이 애견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유치원을 처음 설립할 때만 해도 "미쳤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현재 꾸준히 출석하는 유치원 원생은 15마리, 호텔 서비스 고객을 포함하면 등록 회원은 3000여명에 달한다.

퍼피스쿨은 10회 단위 쿠폰제로 운영된다. 보통 일주일에 2~3일, 요일을 정해 출석하며 체력이 좋은 강아지의 경우 5일 모두를 출석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하루 2만5000원, 30회에 60만원이다. 스쿨버스비나 스파 서비스등은 추가 요금이 적용된다.

반려견 '뭉이'를 퍼피스쿨에 맡긴 한 고객(20대, 여)은 "교육 내용이 체계적이고 뭉이 체질에 맞게 간식도 세세하게 체크해줘서 만족스럽다"며 "다른 강아지와도 친하게 놀고 주인 없는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퍼피스쿨' 원생들은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받는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선생님이 원생들의 일과를 알림장에 적는다. /사진=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