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삼성전자 착시, 아직 시장은 약하다

31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가 1960선을 하루만에 회복했다. 하지만 이날 하락마감한 종목의 수가 상승마감한 종목에 비해 훨씬 많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탓에 발생한 '착시'현상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28% 오른 1964.43으로 마감했다. 이틀 전 14거래일만에 1960을 회복했던 코스피는 지난 30일 1958.93으로 밀렸다가 이날 다시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역을 살펴보면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상한가 4개를 포함해 총 340개 종목이 상승마감했다. 하락마감한 종목의 수(467개)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204거래일 중 하락종목의 수가 상승종목의 수에 비해 더 많았던 날은 98거래일이 있는데 이 중 코스피가 상승한 날은 25거래일(25.5%)에 불과하다. 그만큼 흔한 현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 일부의 주가급등에 기인했다. 시가총액 183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총 23조원대의 삼성생명, 11조원대의 삼성물산, 그리고 시총 8조원대의 삼성SDI와 3조원대의 삼성전기, 1조원대의 삼성테크윈 등이 일제 급등한 탓이다.

이들 6개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231조8700억원선으로 코스피시장 전체 시가총액(약 1136조원)의 20%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이들 6개사의 주가는 3~5% 급등했다. 시장 전체에서 다수 종목의 주가가 빠져도 코스피지수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삼성 대형주의 영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코스피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이날 코스피는 100.17이다. 0.17%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 상승한 6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로만 코스피지수를 재구성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재구성지수는 지난 29일 100에서 이날 98.73으로 하락했다. 최근 삼성그룹주의 주가급등을 제외하면 시장은 전체적으로 1.27%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까지 한 달여간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후 저점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시장 전체적인 체력은 약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유로존 악재가 지나가고 미국 양적완화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시장이 반등할 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코스피상승은 어디까지나 '삼성' 때문에 오른 것"이라며 "현재 시장상황은 대외적으로든 대내적으로든 급락장세 때에 비해 좋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도 전날까지 3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종합해 최근까지의 컨센서스를 밑도는 종목이 2/3에 이르며 컨센서스를 30% 이상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곳만 해도 전체의 2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대외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실적둔화라는 대내 우려요인은 당분간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오후 일본중앙은행이 추가로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우리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도 오전 내내 105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일본 추가양적완화 발표에 전일 대비 13원이나 급등했다.

박 팀장은 "삼성효과로 인한 코스피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그룹주의 상승은 펀더멘털상 변화에 따른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전히 실적에 대해서는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닌 데다 대외변수도 우호적이지 않다"며 "국내에서 추가적으로 증시부양을 위한 정책카드가 나와야만 그나마 우리 시장을 중립적으로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최근 코스피가 저점을 높여가는 상황은 그간 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들이 하나씩 해소되거나 그 영향이 희석돼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다만 악재들이 일시에 해소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영향이 줄어들면서 현재와 같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일본 추가양적완화의 경우도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연기금이 이번 양적완화와 함께 해외 주식비중을 늘리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일본계 자금의 신규유입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기 때문에 양적완화의 여파는 시간을 두고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