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3법 협상 막전막후…긴박했던 4시간30분

여야 원내지도부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세월호 3법 최종 합의 후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후 4시에 여야 회동 후, 4시30분에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을 할 겁니다." 세월호 3법 합의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여야 원내 지도부는 합의안 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전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주호영 의장이, 정부조직법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 잘하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그간 세월호 특별법은 야당의 설득과 양보 그리고 유가족의 깊은 이해와 공감 속에 거의 대부분 쟁점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해, 시한내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야당 원내지도부는 예정보다 50분 늦은 오후 4시 50분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래도 협상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오늘 안으로 처리할 것이다"고 자신만만하게 기자들에게 말했다. 협상 장 안에서는 웃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양당 내부에서도 생각보다 일찍 협상안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시간이 채 안된 시점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오후 5시 30분 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언성을 높이며 협상장을 떠났고 협상이 중단됐다.

가장 큰 쟁점은 정부조직법이었다. 새누리당은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폐지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산하 기관으로 두는 정부안을 고수했다. 새정치연합은 두 기관을 외청으로 둘 것을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안전처에 두 기관을 편입시킬 경우 조직과 예산 독립성을 보장해주자는 안이었다.



하지만 협상장을 잠시 나온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야당이) 정부조직법에 대한 학습이 덜 된 것 같다"며 "예산과 조직 독립성을 두기 위해 외청으로 뒀던 것인데 국가안전처에 신설되면서 예산과 조직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절충안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조직법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부수석대표도 긴급하게 협상장을 나와 이 원내대표실에서 이 원내대표와 상의하기도 했다. 뭔가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듯 했다.

새 변수는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였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3법을 합의해주는 대신 국조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자원외교로 천문학적인 세금이 낭비됐다며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야당은 자신들의 협상 합의문 초안에도 이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에 여당이 공무원연금 연내처리를 국조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제시하면서 협상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녁 8시까지도 여야의 입장은 팽팽했다. 점차 마감시한을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질 때 쯤 이완구 원내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협상장에 다시 들어섰다. 이어 김 원내수석이 잠시 뒤 8시 30분에 합의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마감 시한을 불과 4시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종적인 여야 합의문은 당초 알려진 세월호3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원외교 국조와 공무원연금법은 모두 빠졌다. 안 의장은 자원외교 국조와 공무원연금 연계하냐는 질문에 "별도의 합의는 없었다"며 "분리해서 추진한다. 국조는 엊그제 얘기한거라 차이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이 원내대표는 "여야 모두 힘을 합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31일까지 세월호3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그 약속을 지켰지만 세월호 유가족에게 약속을 지켰는지는 저희들로서는 여러가지 부족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