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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3년, 세 가지 원칙과 세 가지 질문

[웰빙에세이] 평화와 기쁨에서 시작할 때까지 답해야 할 것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4.11.17 06:01|조회 : 5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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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산골로 오면서 세 가지 생활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나, 덜 벌고 더 살기
둘, 꼭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만 하기
셋, 삶과 공부와 글을 일치시키기

이렇게 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하나, 덜 벌고 더 사는 게 아니라 덜 벌고 덜 사는 건 아닌가?
둘, 꼭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게 혼자만 잘 살려는 건 아닌가?
셋, 삶과 공부와 글을 일치시킨다고 했는데 감당할 만한가?

이런 물음에 답하면서 3년을 지냈습니다. 그 답은 어떤 것일까요?

벌이를 내려놓았으니 덜 버는 건 분명합니다. 그 대신 더 사나? 왠지 허전한 날 묻습니다. 혹시 덜 사는 게 아닌가? 세상을 너무 등지지 않았나? 사는 게 너무 싱겁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에는 삶과 다투느라 고단했습니다. 지금은 삶을 즐깁니다. 나는 편안합니다. 즐겁습니다. 설레며 아침을 맞습니다. 그러면 더 사는 거겠지요.

꼭 하고 싶은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숲을 거닐고 강변을 노니는 것입니다. 편한 사람과 한 잔 하는 것입니다. 꼭 해야 할 일은 안팎으로 적당히 쓸고 닦는 것입니다. 그밖의 일은 대부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미리 마음먹은 대로 꼭 하고 싶은 일은 꼭 했습니다. 꼭 해야 할 일은 기꺼이 했습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은 안 했습니다.

하지만 때로 헷갈립니다. 안 해도 될 일이 꼭 해야 할 일처럼 다가옵니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 이럴 땐 이렇고 저럴 땐 저렇다는 세간의 법과 남들의 눈이 얼마나 많습니까. 꼭 하고 싶은 일도 일상에 잠기면 시들해져서 곁눈질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삶은 방향을 잃습니다. 의미가 흐릿해집니다.

그래서 소박하게 사는 데도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비워야 일을 간추릴 수 있습니다. 소신을 지켜야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경계해야 샛길로 빠지지 않습니다. 열정과 인내가 있어야 꼭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일을 즐기고, 일에 휘둘리지 않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요.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사진제공=작은경제연구소
삶과 공부와 글을 일치시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삶이 풍성하고 앎이 무르익어야 진짜 글이 나옵니다. 반대로 글이 부실하면 삶이 모자라고 앎이 설익은 것입니다. 갈 길이 먼 것입니다. 내가 바로 그렇지요. 갈 길이 멀지요. 뭘 모르지요.

요즘에 특히 실감합니다. 삶과 공부와 글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를. 나는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믿습니다. 삶과 공부와 글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나를 지키고 키워줄 것입니다. 나를 더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나는 오늘도 묻습니다. 내 삶은 풍성한가? 내 앎은 무르익었나? 내 글은 진실한가?

산골 3년. 제 삶은 많이 느려졌습니다. 많이 간결해졌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고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음이 끝까지 남습니다. 나 혼자만 잘 살려는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나 혼자만 잘 삽니다. 나는 이기적입니다. 앞으로도 그리 살 것입니다. 내 안에 평화와 기쁨이 넘쳐 나누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때까지 그리 살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평화와 기쁨에서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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