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한국생활 1년에 '반한 인사' 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서울 소재 A대학교 3학년인 박모씨(24)는 이번 학기에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영어강의를 듣고 있다. 박씨는 조별모임을 할 때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등 아시아권 유학생의 경우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서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 놨다.


#B대학교에서 9개월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장모씨(23). 장씨는 한국에서 살면서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인상이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중국인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선입견과 차별이 심각했다. 조별모임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 사회적 어려움이 있어도 고민을 털어놓을 곳은 없었다. 학교 당국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세운 정부는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수적으로는 외국인 유학생이 최근 10년 사이 5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행정 제도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인해 국내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8만6000 외국인 유학생 시대…정부 "20만명 목표"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4801명이다. 10년 전인 2004년 1만6832명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중국인 학생의 비중은 전체 59.3%를 차지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2010년까지 학생 5만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10년에는 2012년까지 10만 유학생 유치를 목표하는 '글로벌 교육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에는 정부초청장학생(GKS) 예산을 2015년까지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증액키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스터디 코리아 2020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국립국제교육원 등을 통한 국가장학금 지급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유학생 유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중국 내 우호 여론 형성, 효과적인 공공외교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운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친한(親韓)인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오히려 '반한인사' 된다"
실상은 정반대다. 유학생들은 차별과 선입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을 떠나 자국으로 돌아갈 때, 오히려 ‘반한(反韓)감정’을 갖고 간다.

지난해 4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중국인 유학생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중국인 유학생 유치전략 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생활 만족도는 일본 내 중국인 유학생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지인에게 한국 유학을 권유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중국인 유학생은 23.3%였다. 8.5%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일본 내 유학생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성균관대에서 직접 중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맡았던 이희옥 성균관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인 유학생들은)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만 남아 ‘반한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한 중국인 유학생이 향후 한중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소장은 “학교가 유학생을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며 “유학생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