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패널 화재...'고무줄 평가' 시험기준부터 바꿔라

건축물의 단열자재로 쓰이는 샌드위치(EPS) 패널의 난연성능 평가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반복되는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피해규모를 줄이려면 객관성이 결여된 현행 난연성능 평가기준부터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건축법 시행령 등에 따른 고시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기준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에서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능 합격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가로, 세로 각각 10㎝의 시험분석용 조각(시편)에 5분간 열을 가해 구멍 및 용융(녹아서 섞임) 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용융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 시험분석용 조각이 다 타서 없어지거나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한 난연성능 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시험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험분석용 조각이 다 탔는지에 대한 판단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평가자의 주관이 지나치게 많이 개입될 소지가 있어 시험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준에 따라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능 시험을 실시한 결과

이 때문에 건축자재 선진국들에서는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능 평가시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샌드위치 패널에 열을 가했을 때 작은 구멍이나 용융의 흔적이 발견되면 난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 난연성 평가에서 불합격 처리하고 있다. 용융의 범위를 최소화해 한정함으로써 국내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난연성능 시험평가 시 사용하는 시험분석용 조각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지붕 등 건축물 일부의 붕괴, 탈락, 플래시오버(연소물로부터의 가연성 가스가 천장 부근에 모인 뒤 일시에 인화해 방 전체에 불꽃이 도는 현상)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현재 난연성능 시험에 사용되는 시험분석용 조각은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실제 건축물과 구조도 달라 실제 화재 상황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느슨한 난연성능 평가기준은 결국 시중에 가짜 난연 샌드위치 패널이 판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난연 성능 시험 전과 후

실제로 최근 국토해양부가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건축기준 모니터링 사업' 중간점검을 실시한 결과 전국 22개 현장에서 채취한 30개 샌드위치 패널 샘플 중 23개가 난연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난연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팔리는 10개 중 8개가 가짜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난연 샌드위치 패널 시장은 저가 출혈경쟁이 심각해 생산원가를 낮추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객관성이 결여된 느슨한 현행 난연성능 평가기준은 이 같은 상황에 악용될 수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