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단말기 출고가 인하 '속속'…가격경쟁 '도화선' 되나

팬택 베가아이언2.

#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아이언2'이 때 아닌(?) 인기를 끌고 있다. KT 온라인 공식 쇼핑몰 '올레숍'과 일부 대리점의 준비된 물량이 일찌감치 동이 났고 뽐뿌, 클리앙 등 휴대폰 관련 사이트에는 베가아이언2 재고 보유 매장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나오고 있다.


KT (34,250원 ▼200 -0.58%)가 지난 16일 기존 78만32000원이던 출고가를 35만2000원으로 낮췄기 때문. 무려 43만원에 달하는 파격적 인하다. 소비자들은 즉각 환호했다.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통신시장 경쟁 가속화 차원에서 가장 먼저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을 상향한 KT로 가입자 몰빵해 달라"는 메일로 구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부터 3일 뒤 LG유플러스도 같은 기종의 단말기 출고가를 동일한 가격으로 내렸다. SK텔레콤도 팬택 단말기 출고가 인하안을 놓고 팬택과 협의 중이다.

아이폰6 보조금 대란 이후 잠잠했던 이동통신 시장에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지원금 확대 경쟁 불붙기 시작했다. KT가 팬택 베가 아이언2를 필두로 경쟁사들이 도미노 식으로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KT는 팬택 베가 아이언2 출고가 인하와 동시에 삼성 갤럭시 그랜드2와 갤럭시 코어 출고가를 각각 5만5000원, 5만600원 낮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G전자 옵티머스 G 프로와 G3 비트 등 2종의 스마트폰 출고가를 각각 7만7000원, 2만7000원 인하했다. 옵티머스 G프로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이후 첫 출고가 인하이며, G3비트는 지난달 이미 출고가를 한차례 인하(7만원)한 상태에서 또다시 가격을 낮춘 것.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나선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6 보조금 대란'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앞둔 상황에서 단통법 취지에 적극 따르겠다는 정책적 취지도 없지 않다.

여기에 시장경쟁 관점에서 이통사들이 단말기 재고 부담을 털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이폰6 출시 이후 스마트폰 시장 경쟁 구도가 애플 아이폰6, 삼성 갤럭시노트4, 갤럭시S5 등 일부 모델에 집중되면서 다른 스마트폰 기종들의 재고 처리 문제가 수면위로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고 부담이 우려될 경우, 불법 보조금을 통해 일시에 털어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감시가 심해지면서 차라리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팬택 베가아이언2' 출고가를 파격적으로 낮춘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출고가 인하분(대당 43만원) 대부분을 이통사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례적으로 출고가를 낮추면 제조사가 출고가 인하분의 재고보상금을 이통사에 지급해야하는데, 팬택이 법정관리 상태인데다 자칫 악성재고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 대신 단말기 출고가 및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단통법의 순기능이 시장에서 일부 먹혀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모델의 경우, 출고가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제조사 보다는 이통사 주도로 이뤄진 출고가 인하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인 가격인하 흐름이 이어질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편, 이동통신 3사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함께 삼성 갤럭시S5, 갤럭시노트3, 아이폰6, LG G2, 와인 스마트 등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지원금도 일제히 올렸다. 여기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존 2G, 3G 일반폰(피처폰) 구입고객에도 최소 8만원~12만9600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