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류 타고 패션산업 '체질개선', 국내 패션 영향은?

중국 패션업계가 '한류'를 업고 대대적인 체질전환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한국 브랜드 인수를 통해 단순히 만들기만 하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은 브랜드 사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 중국 패션산업이 효율적 생산에 '브랜드'라는 날개를 달 경우 국내 패션업계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샹그룹과 산둥루이, 랑시그룹, 안나실업 등 최근 한국 패션 브랜드를 인수한 중국 패션업체 대부분은 의류 OEM 사업에 기반을 둔 곳들로 나타났다.


한국 패션브랜드 '아비스타'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 K2와 제휴를 맺은 디샹그룹의 경우 중국 현지에만 7개 생산법인을 갖춘 대표적인 OEM 업체다.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해 1조원에 육박한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디샹그룹이 '제2도약'의 핵심 동력으로 브랜드 사업을 지목한 시점도 한국 아비스타를 인수한 2012년과 맞물린다. 패션 한류를 발판으로 한 디샹그룹의 브랜드 사업 체질 전환은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디샹그룹은 2003년부터 서울 가산동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미샤와 칼리아 솔레지아, 크로커다일 등 국내 브랜드의 OEM을 맡으며 노하우를 쌓았다"며 "그동안 한국 브랜드와 관련한 노하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달 국내 1위 유아복 업체 아가방 (4,690원 ▲140 +3.08%)앤컴퍼니를 인수한 '랑시'도 뿌리는 의류 생산업체였다. 현재 2개 생산법인을 운영 중인 랑시의 외주 비중은 20% 미만으로 물량 대부분을 자체 생산한다. 특히 랑시는 2개 디자인 센터 중 한 곳을 서울에 설립하고, 한류 패션 트렌드 흡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00억원 정도인 전체 매출의 4.2%를 연구개발(R&D)을 위한 디자인센터에 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 캐주얼업체 연승어패럴을 인수한 산둥루이도 7개 생산법인을 갖춘 대형 OEM업체다. 산둥루이는 특히 제냐와 휴고보스, 아르마니 등 글로벌 명품 수트에 원단을 공급할 정도로 고객사의 폭이 넓다. 캐주얼 브랜드 인터크루를 인수한 안나실업도 중국 동북부 선양에 기반을 둔 의류 OEM 업체로 기반을 다져왔다.

중국 의류 OEM 업체들이 이처럼 잇따라 한국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사업 구조를 '단순 생산'에서 '브랜드'로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 당국은 OEM 위주의 패션산업으로는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2년 기준 중국의 섬유 및 의류수출은 2549억 달러로 그해 중국 전체 수출액의 12.4%를 차지했지만 제품 1장당 평균 판매가격은 2.5달러로 미국과 유럽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중국 패션업계의 체질 개선은 당장 중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패션업계는 이랜드 산하 브랜드를 빼면 아직까지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출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브랜드도 부지기수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한 발 앞서 '한류' 브랜드를 업고 자국 시장을 공략할 경우 한국 브랜드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패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한국 패션대기업들도 외주생산에만 의존하는 상태"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타고 효율적인 생산방식으로 무장한 중국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자국은 물론 한국으로도 적극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