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공동브랜드 출범 '더딘 걸음'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중·소회원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공동 브랜드'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금융협회는 우선적으로 10개 회원사가 모이면 공동 브랜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대다수의 회원사들이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업체들의 참여가 미지근하면서 연내 출범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공동 브랜드 도입은 올해 초 대부금융협회가 낮아지는 금리, 강력해지는 규제 등으로 갈수록 나빠지는 영업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시했던 계획이다.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웰컴론 등 대형 업체들은 TV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고객 유치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비용 문제로 광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광고를 하더라도 전단지, 현수막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올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TM(텔레마케팅), 모집인을 통한 영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직접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광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동 브랜드가 도입되면 참여 업체들이 함께 광고를 제작해 저비용으로 대형 업체들과 같은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고 외에도 전산 시스템 등의 관리·운영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호응이 크지 않은 이유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장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 하지만 공동 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해 기존 하던 것 외에 추가적으로 들여야 하는 자원과 노력에 대비해서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있다.

또 여러 업체가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각각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동의 규칙을 정하고 조율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대부금융협회는 지속적으로 회원사들과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소 구성수라고 판단되는 10개 업체가 모이면, 이후 공동 브랜드의 명칭을 정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뿐 아니라 여신업계, 저축은행 업계 등 다른 금융업권에서도 협회 등이 중심이 돼 공동으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사례들이 있다"며 "대부업계의 공동 브랜드 역시 업체들의 공감대와 참여가 관건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