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대리점 20대 사장, 20년후 연매출 1700억 대표 되다

'타고난 감각의 비즈니스맨', '20여년간 한우물을 판 화장품 전문가'.


최근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하며 재조명 받고 있는 정운호(49·사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에게 붙는 수식어다.

정 대표는 20대 후반인 1993년 화장품 대리점 운영을 시작하며 뷰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식물원'(1996년)과 '쿠지'(1998년) 등 화장품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3년 설립했다. 정 대표는 당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바디샵' 브랜드를 벤치마킹해 '페이스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더페이스샵은 에이블씨엔씨 '미샤'에 이은 후발 주자였지만 정 대표 특유의 공격 경영으로 론칭 2년만에 브랜드숍 업계 선두 자리를 꿰찼다.

더페이스샵은 가격 거품을 뺀 중저가 브랜드숍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고가제품 못지 않은 품질, 세련된 매장 구성으로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 론칭 3년만인 지난 2005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지분 70%를 매각(업계 추정 매각금액 1000억원)했다. 2006년에는 회장직으로 이동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어피니티가 더페이스샵을 재매각하기 전까지 동종업계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에 따라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제외한 다른 화장품 업체 경영 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2009년 어피니티가 LG생활건강 (373,000원 ▼500 -0.13%)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정 대표의 족쇄도 풀렸다.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 나머지 지분 30%(추정 매각가 1000억원)를 LG생활건강에 모두 넘기고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4년만에 화장품 업계 대표이사로 복귀한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전경/사진제공=네이처리퍼블릭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기존 더페이스샵 창립 멤버들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로 정 대표가 지분 100%를 인수했다. 정 대표 취임 후 네이처리퍼블릭은 전국 땅값 1위로 유명세를 탄 서울 명동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전문매장)를 열고 영업에 나설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매장은 보증금 50억원에 월 임대료만 2억5000만원으로 명동 상권에서도 가장 비싼 수준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에는 금융투자업계로부터 3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해 국내외 매장을 확장해왔다. 현재 국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수는 630개로 40%가 직영점이다. 해외에서는 14개국에서 100개 매장(단독매장 기준)을 운영 중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액은 2010년 495억원에 이어 2011년 907억원, 2012년 1284억원, 2013년 1717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브랜드숍이 호황을 누렸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5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알로에 수딩젤' 등 상품이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