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IPO 대목…청약 '대박의 꿈' 뭉게뭉게

제일모직을 비롯해 40여개 기업이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연말 기업공개(IPO) 시장에 큰 장이 섰다. 11월 공모주 대어인 삼성SDS가 100% 시초가로 투자자들에게 '잭팟'을 안기며 공모주 시장 열기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27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씨에스윈드를 비롯해 공모 일정이 확정된 기업만 33개가 상장 대기 중이다. 청약 등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약 40개 기업이 12월 말까지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하이라이트는 제일모직=상장 대기 중인 기업 가운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공모주는 단연 제일모직이다.

삼성그룹 오너 3세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장님 주식'인데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기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상장한 삼성에스디에스 (147,400원 ▼2,200 -1.47%)의 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되면서 '꿀맛'을 맛본 투자자들은 제일모직 청약에도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또 한 번의 열풍이 예상된다.

12월에 공모 청약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이미 제일모직 청약에 조 단위 시중자금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제일모직과 청약 일정을 엇갈리게 잡았다. 제일모직은 오는 12월 10~11일에 청약을 실시하는데 같은 날 청약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제일모직 외에도 주목할 만한 이색 기업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은 풍력업체 CS윈드를 비롯해 와이지엔터 이후 3년 만에 상장하는 엔터업체인 FNC엔터테인먼트가 수요예측을 마친 상태다. 미디어플렉스 상장 이후 9년 만에 증시에 등장한 영화배급사 NEW의 상장도 주목할 만하다.

순수 바이오업체로는 올해 첫 상장기업인 알테오젠과 제조업체로는 최초로 코스닥 기술성 특례 상장심사를 통과한 아스트(항공기 부품 및 동체 제조업체)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아스트는 최근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10개 기업 같은 날 청약…"옥석가리기 심화될 것"=12월은 원래 전통적인 IPO 성수기다. 상장 예정 기업이 12월을 넘길 경우 당해 실적 결산을 다시 해야 하고 감사보고서 제출까지 4~5개월을 기다리기 때문에 연내 상장을 서두르는 수요가 집중되곤 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활성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면서 상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 거래소는 올해 초 상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피 30개, 코스닥 70개 기업 신규 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지금부터 12월 말까지 40여개 기업이 무사히 상장한다면 올해 코스닥은 적어도 50개는 넘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연말에 상장이 몰리며 12월에는 공모 청약 일정이 과도하게 겹치게 됐다. 12월 8~9일에는 6개 기업이, 12월 15~16일에는 무려 10개 기업이 동시에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의 청약 일정(12월 10~11일)을 피하려다보니 불가피하게 겹치게 된 것이다.

원상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공모주가 너무 많을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부족해 공모주간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수급 분산 효과로 경쟁률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약 일정이 확정된 기업 중 12개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연말까지 상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증권사들에게 스팩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팩이 우수한 기업 합병에 성공할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직상장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스팩은 대부분의 경우 투자원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원금과 은행 이자 정도는 지킬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도 스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