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이사보수한도 늘린 씨티은행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한국씨티은행 본사 전경 /사진제공=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이사보수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다른 금융사들이 경영진의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이사보수한도를 줄이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물론 이사보수한도를 조정할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지만, 연말에 한도를 재조정한 것도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이사보수한도를 5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8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가 이번에 오히려 증액했다. 이사보수한도는 등기임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최대치다.

한국씨티은행은 금융지주와의 합병 과정에서 이사보수한도를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사보수한도는 상황에 따라 증액하기도 감액하기도 한다"며 "지주와 통합하면서 한도 조정의 필요성이 생겨서 증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최근 합병됐다. 하지만 합병 전과 비교해도 이사보수한도는 늘어났다. 한국씨티금융지주 역시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4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씨티금융지주의 이사보수한도의 합은 70억원이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등기임원의 숫자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보수한도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CEO의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줄줄이 이사보수한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각각 60억원, 50억원이던 이사보수한도를 올해 30억원, 25억원으로 줄였다. 다른 금융사 역시 거의 예외 없이 이사보수한도를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 CEO들의 연봉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는 3월 주총이 아니라 연말 임시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를 조정함에 따라 주목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슬그머니 이사보수한도를 원상복구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