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80% 감자' 왜? 매각협상 새 변수되나

대한전선 초고압 케이블 제품/사진제공=대한전선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국내 2위 전선업체인 대한전선 (12,400원 ▼50 -0.40%)이 지난 18일 5대 1 무상감자를 결정,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단독 입찰자와 협상이 지지부진해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감자가 매각작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도 관심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내년 1월 30일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5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 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감자 후 대한전선의 자본금은 5196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주식의 경우 보통주는 1억6353만6685주에서 3270만7337주로, 우선주는 4432만주에서 886만4000주로 각각 줄어든다.

대한전선이 이번에 전격적으로 감자를 결정한 것은 내년 관리종목지정을 피하려는 목적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전선 주가는 전날부터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전액 잠식됐거나 2년 이상 자본금 50% 이상 잠식된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되며, 1년간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번 감자로 올 3분기 현재 68%에 달하는 자본잠식률이 10~15% 정도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전선의 차입금은 연결기준 1조1000억원이며, 자체 차입금은 7000억원이다.

아직 손실로 반영되지 않은 우발부채가 남아 있어 내년에도 대한전선의 자본잠식률이 개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만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매각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가를 산정키 어려워져 매각 작업이 더 어려워 질 수 있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12일 마감된 대한전선 본입찰 신청에 국내 PEF(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단독으로 입찰해 막바지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한앤컴퍼니가 써낸 가격과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원하는 인수액에 차이가 있어 단독 입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유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한전선 측은 이번 감자와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협상은 별도의 문제로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내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타이밍상 지금 감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만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회사 평판이 악화되고 신규 사업 수주에서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매각과 별개로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작업이 유찰되더라도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내년 재입찰에서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결정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