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조선3사, 2조원 넘는 보유 주식 처분하나

올해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 (125,300원 ▲6,000 +5.03%)그룹 조선 3사가 보유 상장사 주식을 잇따라 팔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의 가치는 20일 종가 기준 총 2조1000억원을 웃돈다. 상장사 보유 지분을 팔아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부채비율을 줄이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번 주부터 매각이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은 지난 19일 현대미포조선 (73,100원 ▼100 -0.14%)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과 20일 현대삼호중공업이 KCC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지분과 기아자동차 지분 매각도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현대삼호중공업은 장 개시전 KCC 지분 80만3000주(7.63%)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4151억5100만원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처분가격은 전날 종가(54만4000원)에서 4.96% 할인된 51만7000원이다. 처분 후 보유주식은 없다.

앞서 지난 19일 현대미포조선도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지분율 1%)를 이날 장 시작 전 같은 방식으로 매각했다.

두 회사 모두 매각 사유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가운데 벌써 두 회사가 이번 주부터 보유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은 대규모 적자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면서 일부 채권은행이 여신 회수에 나서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3분기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부채비율은 현대미포조선 1043%, 현대중공업 228%, 현대삼호중공업 197%로 높은 편이다. 부채비율은 회사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액으로 나눈 백분율로, 회사 자본의 안정성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00% 이하 부채비율을 권고받아 200% 이하가 안정적인 부채비율로 여겨진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 '부정적'을 유지했다. 등급은 현대중공업이 'AA+'에서 'AA'로,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AA'에서 'AA-'로 한 단계씩 내려갔다.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 총 60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423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충당금에는 2013년 수주한 특수 선박에 필요한 엔지니어 비용, 공정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다른 조선사의 도크를 임시 임대하는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에도 이미 12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포함해 250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었다.

이밖에 개별 기준으로 3분기에 현대중공업은 1조500억원, 삼호중공업은 2656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일 종가 기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의 가치는 현대차(440만주, 7348억원), 기아차(8만8245주, 49억4172만원), 현대엘리베이터(21만7195주, 135억7468만원), 현대상선(2342만주, 2365억8277만원), 코엔텍(379만2000주, 100억4880만원) 등으로 1조원에 달한다.

20일 종가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226만5000주, 3782억원)와 현대상선(1000만주, 101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갖고 있던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1%)는 지난 19일 장 개시전 국내외 기관투자가에게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해 2598억원을 현금화했다. 현대미포조선은 KCC 지분(80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20일 장 개시전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4151억51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상장사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과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추가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 그룹의 조선3사에 대한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현대가(家)의 '전략적 투자분' 외의 불용자산은 모두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