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당 118엔 돌파..'거침없는 엔저'에 커지는 수출 경고음

엔저에 가속이 붙으며 달러 당 엔화 환율이 118엔대까지 진입하고 100엔 당 원화 재정환율은 930원대로 떨어졌다. 달러 당 120엔까지 엔저가 진행되리란 전망이 확산되며 한국 수출이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거침없는 엔저, 이미 달러 당 120엔 목전


20일 아시아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18엔 후반대까지 상승(엔화 하락) 했다. 이번 주 아베 신조 총리가 소비세 인상 연기와 중의원 해산을 공식 발표한 뒤 엔저 속도가 다시 빨라진 데 이어 전날 발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으로 달러 강세까지 가세한 영향이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9원 가까이 급등(원화 급락) 했지만 엔/달러 환율이 118.6엔대까지 고점을 높이며 100엔 당 원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각 기준 930원대로 하락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6년 3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깜짝' 발표한 후 엔/달러 환율은 109엔대에서 118엔대로 급 상승(엔저 급락) 했다. 이미 주요 기관이 내놓은 기존 전망치는 무의미해졌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전망 상한으로 잡았던 달러 당 120엔도 머지 않은 상태다.

찰스 킴벨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이 월가 전문가들과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시장에선 엔화가 달러 당 120엔 수준까지 추가 하락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엔화 추가 약세 전망이 늘며 엔화 매수 포지션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엔저 기대 자체가 엔화를 더 밀어내리는 형국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제 엔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며 "몇달 전까지 고점 전망이 110엔이었지만 지금은 120~125엔으로 높아졌고 실제 120엔에 닿을 경우 기대가 더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日 기업 가격 인하 나서나...수출 경고음 커져

막연한 우려와 다르게 아직 수치상으로 한국 수출이 엔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엔화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주장도 있고, 일본 기업들이 엔저로 수익을 늘리는데 치중했지 수출가격을 본격적으로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엔저가 더 진행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가격인하로 연결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한다면 한국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명목환율이 아닌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환율로 추산할 때 엔화 가치가 이미 사상 최저에 달했다"며 "내년 들어 원/엔 실질실효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 연구원은 "원화 대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제품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의 경우, 전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기술도 평준화 돼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이 단기적이고 직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 10% 하락 시 철강은 13.1%, 석유화학은 11.3% 수출이 급감하고 총 수출은 9.2%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자동차와 기계의 경우엔 현재까지 수출 세부 품목이 크게 겹치지 않아 엔저에 따른 수출 타격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보다는 낮지만 엔저가 장기화될 때 일본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 세부품목으로 진출하면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엔화가 달러당 120엔 수준 시 일본이 무역 부문에서 효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는 한 헤지펀드의 전망을 소개하며 "엔화 약세가 일본 무역수지 개선에 반영될 때까지 지속되면서 물가 하락압력 증가 등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